매일신문

수암칼럼-'웨이 푸뿌런'과 선부론'

오늘 이 시각 한국의 경제성장과 살림을 총지휘하고 있는 경제정책 최고책임자는 경제부총리다.

정치성향이야 어찌됐건 일단은 경제분야에서는 최고 권위자의 한사람이고 전문가로 믿어줘야한다.

그가 며칠전 나라 경제를 걱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부자가 돈을 써야 경제가 돌아간다.

부자가 돈을 쓰지 않는 나라는 망한다.

그러나 지금 사회 분위기는 부자들이 돈쓰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는 부자들의 소비가 서민들이 돈벌 수 있는 기회라는 사고방식이 생겨나야 한다.

'

같은날 국무총리가 한국의 내로라하는 경제 전문가들만 초청한 간담회에서도 '돈 있는 사람을 다 청산 대상으로 몰아세우면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정치권.일부 시민단체에서 부자들을 무조건 몰아세우는 것은 지양해야한다'는 똑같은 논지의 비판이 쏟아졌다.

최고 경제 전문가 등의 인식으로는 한국이 좌파적 성향의 정치권과 일부 극렬 노조.시민단체에 의해 부자들이 코너에 몰리고 청산대상으로 공격당함으로써 투자는 고사하고 가진 돈도 꽁꽁 숨겨두게 만들어 망하는 나라로 굴러떨어져 가고 있다는 얘기다.

부자를 부유세나 잔뜩 매겨서 껍떼기를 벗겨버려야 할 대상쯤으로 생각하는 정당이나 월급 주는 자기네 회사 CEO의 목을 치는 참수극이나 벌이는 불법파업 귀족 노조원들의 사고는 바로 중국이 가난뱅이 시절에 지녔던 사회주의적 사고와 빼닮았다.

중국의 경제가 거지수준이었던 시절의 관념은 '웨이 푸뿌런'(爲富不仁)이었다.

즉 '부자는 반동이며 악(惡)이다'는 인식이었다.

그런 사고와 사회적 관념아래 경제가 살아날리 없다.

개방정책전까지 비렁뱅이 나라였던 그들이 이제 한국의 역사조차 제멋대로 왜곡하고 지워버리고, 축구시합에서 지고도 '선조의 원수를 갚겠다'며 남의 나라 국기를 불태우며 큰소리 치고 있는 '힘'(경제.군사력)은 '부자는 반동'이라는 '웨이 푸뿌런' 사고에서 나온게 아니라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영광'(勞動致富光榮)이란 새 시대의 새 구호에서 나오고 있다.

이제 그들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사회적 미덕으로 간주한다.

등소평조차도 '사회주의식 평등에 좀 어긋나더라도 먼저 부자가 되어 남들을 이끄는 것이 낫다'는 선부론(先富論)을 역설했었다.

사회주의의 본거지에서 그들은 이미 부자는 반동이며 악이고 적이라는 덜 가진자의 냉소적 콤플렉스를 뛰어 넘어 학교.병원.관공서, 심지어 군대까지 건전한 부자되기 경쟁에 눈뜨고 있다.

중국의 대학들 경우만 해도 정문 앞 사람 왕래가 많은 대로변쪽에는 담장이 없다고 한다.

원래 없었던 것이 아니라 담을 헐고 그 자리에 상가를 지어 세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다.

수입이 더 필요해지면 남은 담장을 계속 더 헐고 상가를 지어나간다.

입으로, 촛불로, 파업으로 돈 벌려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의 집권층에 "경제를 잘 배우지 못했다"고 비유된 386 정치 그룹이나 연봉 7천만원도 모자라 불법파업으로 부자의 목을 옥죄어 더 많이 받아내야겠다는 귀족 노동자들이 깨우쳐 봐야할 대목이다.

그런 그룹과 계층이 경제전문가나 경제부총리가 나라 망할판이라고 아무리 깨우쳐줘도 계속 '부자는 수구 반동이고 악이며 경제난은 언론보도탓'이라는 낡은 사회주의 이념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부총리 판단대로 망하는 길밖에 없다.

강력한 국력이 없으면 자주도 역사도 없다.

진정한 국력은 촛불이나 억대 가까운 연봉받는 불법파업자들의 빨간 머리띠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아직은 말없이 참고 일 해주는 86%의 절대다수 근로자의 땀과 부총리 말마따나 부자들의 투자에서 나온다.

부인의 옛 일기장이나 들추고 '과거'를 캐묻고 설치는 집안이 망할 수 밖에 없듯이 실패한 사회주의 운동권적 사고와 이념에 젖었던 과거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부자를 몰아세우고 정적의 과거나 들추려드는 정권이나 정책이 계속 판치면 반드시 거지 나라가 된다.

세상은 이미 크게 바뀌었다.

보수든 좌파든 한때 물들었던 낡고 실패한 이념의 마취에서 깨어나 서로 생각을 바꾸어야 살아 남는다.

이제 우리도 '웨이 푸뿌런' 보다 '선부론'이 먼저다.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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