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 하천은 숨쉬고 싶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청계천 복원사업'을 계기로 도시 하천 살리기 운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도심을 흐르는 소하천의 생태적 가치가 이제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 하천은 '개발과 성장'이라는 목표아래 복개되거나 콘크리트로 직선화해 도로와 주차장, 체육시설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승용차 위주의 교통정책이 차량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도 지난 1967년쯤부터 내당천과 남산천, 이천천이 합류하여 달성공원 앞을 흐르던 달서천과 안지랭이에서 발원하여 성서 들판을 적시던 대명천을 복개하기 시작했다.

80~90년대를 거치면서 범어천과 방촌천, 진천천, 팔거천 등 하천이 우수와 오수관거로 사용되면서 오염됐고 이마저도 일부가 복개돼 자동차 도로로 변했다.

도시의 피복률(도시계획지역 중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이는 면적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천변을 따라 형성된 바람길도 복개하천에서는 더 이상 무용지물이다.

도시화 면적과 피복률에 비례해 인공적인 친수공간을 늘려간다는 발상도, 비용증가와 더불어 다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가중시킨다.

또한 집중호우 때 발생된 빗물이 일시에 복개하천으로 흘러들어 범람피해를 안겨준다.

필자는 이러한 도시 하천 복개문제의 심각성과 하천 살리기의 중요성을 지적하기 위해 지난 2002년 3월 '대구광역시 생태지도-하천'도로를 중심으로'를 발행한 바 있다.

또 지난 해 2월에는 '대구광역시 생태지도' CD롬을 제작, 시 교육청과 함께 380여개 초.중.고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환경사랑 의식제고와 당국의 정책변화를 기대하는 취지에서였다.

대구의 소하천이 살아나면 금호강과 낙동강을 살릴 수 있는 지름길이 열린다.

주택지 가까이 있는 소하천을 통해 메마른 도시의 습도와 기후를 바꾸어 나갈 수 있으며, 시민들에게는 정서적 안정과 휴식처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자연 그대로의 하천은 홍수 예방에도 기여하는 바가 훨씬 커 환경선진국에서는 하천의 폭을 넓히고 강의 흐름을 '사행화'(구불구불하게) 하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대구시의 범어천.달서천.방촌천 복개 계획, 대명천 복개 공사 등은 지금이라도 중지돼야 한다.

최근 범어천의 오수관거 분리 설치를 위한 예산확보와 설계 실시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21세기는 생태계의 변화와 함께 인류생존을 고민하고, 이를 지켜내기 위한 정책수립과 집행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도심을 흐르는 소하천의 가치를 깨닫고, 이를 제대로 복원'보전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시급히 서둘러야 한다.

류병윤(맑고푸른대구21추진협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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