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포럼-행정수도 이전 재고돼야

신행정수도 공약은 앞으로 20년 정도는 써먹을 수 있는 '대박성 공약'이다.

게다가 이미 충청도 사람들의 도움도 크게 받았으니 포기할 수도 없다.

그러나 행정수도 건설비용은 대통령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아니다.

그 엄청난 비용은 바로 국민과 기업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 이득은 충청도의 극히 일부 지주들과 대외 지주들에게 집중된다.

전국을 상대로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이 8월 중 발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러다가는 국가균형발전이 아니라 '국가균형투기' 열풍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투기를 막겠다고 출발한 정권이 '건설경기 부양형 정책'을 통해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 열풍을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제 부동산 없는 서민들은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고객정치라는 것이 있다.

정치적 고객에게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집중시키되, 그 비용은 전 국민에게 분산되기 때문에 별다른 큰 저항이 없는 정치 상황을 의미한다.

예컨대 농민, 생활보호자,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각종 지원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정치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형태의 정치적 상황이다.

신행정수도건설에 대한 16대 국회의 동의가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도 바로 이런 '고객정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고객정치는 정치가들에게는 '인심 쓰고 표 얻는 정치'로 간단히 치부될 수 있지만, 그 부담은 일반 시민에게 귀속된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자신들에게 오는 부담이 별 것 아니라든가, 반대할 논리가 잘 생각나지 않기 때문에 조직화된 저항을 하지 못한다.

행정수도 이전의 경우 초기상황은 '고객정치'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수도권 사람들과 입법전문가들이 그 문제점을 제기하고 조직화된 저항운동을 시작했다.

이제 '고객정치'가 '이익집단정치'로 상황이 변하였기 때문에 반대자의 목소리도 존중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런 상황은 현 정권을 매우 당황하게 한다.

충청도에서 얻을 표보다 수도권과 타지역에서 떨어질 표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청회를 통한 전국적 의견 수렴도 과거 정부와 거의 다를 것이 없이 '자기끼리의 공청회'로 마무리되었다.

행정 수도 이전이 다른 지방의 균형 발전에 기여한다는 논리와 전망의 근거도 매우 희박하다.

어쩌면 행정수도이전 계획은 현 정권의 '자충수'가 될 것이다.

최근 국무총리가 나서서 중앙행정부서만 옮기는 형식의 '행정수도이전'으로 그 규모를 줄이겠다는 정치적 제안을 하고 있지만 그러한 제안에는 또 다른 의문이 꼬리를 물게 된다.

그것이 과연 기존 청사를 포기하는 명분과 실익을 가지고 있는가. 그 정도라면 이미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대전으로 가도 되는 것 아닌가. 기획기능을 담당하는 중앙행정부서의 이전이 무슨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경제와 문화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세계화 상황에서 권력기관의 지방이전으로 과연 무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가. 권위주의시대의 타성에 빠져 권력기관을 중심으로 한 국가운영을 구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들 말이다.

도대체 국가 경쟁력, 경제적 실익, 안보와 통일의 명분, 미래 지향성도 기약할 수 없는 '신행정수도건설'에 역사 속에 한 점밖에 안되는 정권이 마치 왕조 창업 후 천도하듯 매달리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서울의 기득권 세력 해체와 그에 따른 정치적 이득이 그 목표라는 말인가. 온 국민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단합을 해도 세계적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판국에, 망국적인 이념 대립, 지역 대립, 시대착오적 과거 청산을 부추기며, 가난한 국민을 쥐어짜서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온당한 판단이 될 수 있는지 자문해 보라. 대원군은 무리하게 경복궁을 지어 국가 경제를 도탄에 빠뜨렸고, 궁예는 철원으로 천도를 했지만 왕조 창업에 실패했다.

역사책을 보는 이유는 성공의 가능성을 정당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패의 교훈으로부터 배우기 위해서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전영평 대구대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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