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작은 것, 그러나 중요한 것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차 앞유리창에 작은 쪽지가 꽂혀 있었다.

"차 빼려고 하다가 범퍼를 좀 긁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그리고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었다.

오른쪽 앞 범퍼에 한뼘 남짓하게 칠이 벗겨져 있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유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사실 그 쪽지가 없었다면 긁힌 줄도 몰랐을 것이다.

한참 낡은 차인 데다 이리저리 애꿎게 긁혀 이미 상처투성이가 돼 있기 때문이다.

차란 것이 묘해서 처음 반짝반짝 새 것일 때는 눈에 보일락말락 긁혀도 내 몸에 상처라도 난듯 허겁지겁 정비소로 달려가 "뭘 이런 걸 가지고..."라는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수리를 받지만 몇 번 긁히다보면 포기하게 되고 결국엔 "차는 발이나 마찬가지야"라고 자위하게 돼 버린다.

때문에 대다수 운전자들이 남의 낡은 차엔 흠집을 내고도 별로 개의치 않는 판에 어느 낯모르는 이의 정직함, 미안해 하는 마음에 오히려 내쪽이 감사하고 미안해질 정도다.

그러고 보면 우리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크고 굉장한 것, 대단한 것보다는 오히려 작은 것, 사소한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큰 문제 앞에서는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 대범하려고 애쓰지만 사소한 것들과 마주칠 땐 자신을 자제하지 못해 혈기를 부리다 넘어질 때가 많다.

반면 바람처럼 지나가는 작은 것들로 인해 마음 속이 기쁨으로 환해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슈화된 가정해체의 경우도 알고 보면 머리를 갸웃거리게 하는 사소한 이유가 발단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상담관계자는 "점심으로 라면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로 이혼에 이를 만큼 사소한 것들이 커져서 가정이 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날개 상한 새처럼 의기소침해 있을 때 누군가의 싱긋 웃는 웃음, 비누내음 풍기는 미소, '당신을 믿어요!'라는 쪽지, 또는 멀리 있는 친구로부터의 '보고싶어!'라는 전화 한 통화.... 그런 일상의 작은 조각들이 우리 마음의 주름을 펴주고, 엔도르핀을 솟구치게 만든다.

서양격언에 '사람들은 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조약돌에 넘어진다.

작은 것들이 곧 중요한 것이다.

'라고 했다.

그러니, 오늘도 넘어지지 마시기를....

〈편집 부국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