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업체들 '돈 안남는 수출'

유가급등..원자재 수입단가도 껑충

국제 유가가 배럴당 45달러 가까이 치솟으며 원자재 수입단가가 급상승, 지역 기업들의 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순상품교역조건지수도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 제조업계는 유가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져도 수출경쟁력 저하를 우려, 이를 수출단가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 효성, 새한 등 화섬업계에 따르면 화섬원료값이 급등하면서 대구 직물업계가 가장 많이 구입하는 폴리에스테르 범용 제품 원사값은 올초 파운드당 55센트에서 5월말 60~70센트 수준으로 올라 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보였다.

나일론과 스판덱스 역시 올초보다 30~50센트 오른 1달러~1달러50센트를 기록했으며 고부가 기능성섬유도 10~20센트 상승해 1달러60~1달러90센트를 넘나들고 있다.

직물업계는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성수기인 9월부터 원사값이 다시 오를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물량 수출에 의존하는 지역 직물업계의 수출단가는 지난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고 오히려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직물수출입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사이징류(10개 품목)와 조제트류(13개 품목)의 평균 수출단가는 kg당 1.1~1.4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0.4달러 떨어졌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조대현 팀장은 "일반 원사는 가격보다 양에 의존하는데 아직 범용성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대구 섬유업계는 중국 등 동남아가 무섭게 성장함에 따라 수출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안경테 제조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구 안경업계는 선진국과 중국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여서 수출단가를 인상할 경우 수출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광학조합 관계자는 "채산성을 맞추려면 수출단가를 5~10% 올려야 하지만 중국산 제품이 우리의 절반 가격이어서 올린 단가를 수용할 바이어들이 없다"며 "환율마저 1천100원대로 하락해 채산성 악화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철강 등 원자재 가격 폭등에 이은 최근 고유가로 수출입단가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성서공단내 플라스틱류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주)성산 관계자는 "내부 원가가 높아 수출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처지"라면서 "현재의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원재료 메이커들이 가격인상을 요청해 온다면 적자매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업체인 삼익LMS는 유가에 영향을 받지 않으나 자회사인 자동차부품업체 삼익오토팩은 현대모비스에 액슬샤프트를 납품함에 따라 유가 급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

삼익오토팩은 현대모비스와 함께 유가급등 대응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런 기업현실을 반영하듯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악화되고 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눈 수치로, 1단위 수출 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뜻하며 이 지수가 하락하면 똑같은 양을 수출해도 구입할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국가 전체의 실질구매력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12월 88.5에서 올해 1월 8.5, 2월 86.2, 3월 85.8, 4월 84.8로 4개월 연속 하락했고 특히 4월의 84.8은 월간기준으로 역대 최저치였던 2003년 3월의 85.1을 밑도는기록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계속 하락하는 것은 수출단가지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반해 유가급등으로 수입단가지수가 지난해 12월 99.5에서 올해 4월에는 106.9로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유가가 배럴당 2달러 상승할 경우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2.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황재성.김지석.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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