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분지는 열대야 적은 게 특징, 그런데...

10년만의 폭염이 전국을 달구고 있다.

특히 대구는 지난 1994년 낮 최고기온이 40℃에 육박한 이래 올 여름에는 37℃에 달하는 무더위와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기상청은 올 여름 기온은 평년수준을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시민들의 반응이 '엄살'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과연 그럴까? 지역 기상학자와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도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는 '이상한 분지(盆地)'

대구가 분지라는 사실은 상식이지만 분지 지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기상 패턴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분지지형의 기온패턴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는 것이 기상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런데 여기서 '여름에 덥다'는 정설은 낮 동안에만 국한된다.

야간에는 오히려 기온이 내려가기에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

이는 야간에는 도심을 둘러싼 산지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산풍이 낮 동안 뜨거워진 공기를 상공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가 지면 평지에 위치한 도시보다 빨리 온도가 내려가게 되고 분지 지형 특유의 큰 일교차도 생기게 된다.

그러나 대구의 열대야는 불규칙적이나마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계명대 김해동 교수의 '대구의 장기적 도시기후 변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7월에 발생한 열대야 일수가 73년에는 6일, 78년에는 9일, 84년에는 2일에 불과했는데 대부분 25℃를 약간 웃도는 정도였다.

그런데 94년 33일, 2001년 43일 등 90년대 중반이후 열대야가 장기화 됐다.

올 여름 열대야도 9일 최저기온이 26'4℃를 기록한 것을 비롯 총 11일(8월9일 현재까지)이나 이어졌는데 이중 이틀의 낮 최저기온이 26'9℃까지 치솟았다.

분지임에도 불구, 밤이 돼도 도시가 식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구에서 분지 기후의 특성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은 무분별한 도로포장, 녹지 면적 감소, 복개 공사 등의 급격한 도시화 때문"이라며 "특히 아스팔트, 콘크리트는 '열 저장률'이 높아 열대야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의 경우 지난 1963년 이후 도로, 건물 등 인공구조물이 도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5배나 증가했다는 것.

'겨울에 춥다'는 정설도 깨지고 있다.

40년전에 비해 겨울철 1일 최저기온은 3℃ 상승했고 최저기온이 0℃이하인 '겨울 일수'는 115일에서 75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올 여름 더위가 엄살이라는 견해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이 밝힌 기온은 '글로브(glove) 온도', 즉 체감온도를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

일례로 경남 밀양의 낮 최고기온이 38'5℃를 기록한 지난 달 30일 오후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36'5℃로 측정됐지만 체감온도는 43'5℃까지 치솟았다.

밀양과 대구의 도시화 정도를 감안할 때 대구의 더위가 결코 밀양에 못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벽면'옥상 녹화 등을 통해 도심내 녹지면적을 늘리고 바람길을 막는 무분별한 대단지 아파트의 입지를 재고하는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심 온도 올리는 대구의 '복개천'

"도시화 면적과 도로 포장률이 확장되는 만큼 수변공간이 늘어나야 뜨거워지는 도시를 식힐 수 있습니다.

복개천을 그대로 둬야 하는가 고민해볼 대목이지요'"

기상'환경 전문가들은 여름철 대구의 고온화 현상의 주범으로 복개천을 들고 있다.

물이 흐르는 소하천을 막아 도로로 만드는 것은 시원한 도시를 만들자는 시도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최근까지 범어천, 대명천, 달서천 등 3개 소하천을 복개해 도로로 만들었다.

7일 오후 달서구 대명천 복개공사 현장. 앞산에서 월성배수펌프장을 지나 금호강으로 합류하는 이 곳은 지난 11월 착공, 현재 공사가 45% 진척됐다.

공사가 완료되는 오는 12월 말이면 기존 대명천로와 용산로를 잇는 왕복 6차로 221m 도로가 새로 들어서게 된다.

소하천을 복개하지 않는 것이 환경에 유리한 점은 당국도 이해하고 있다.

달서구청 하수과 관계자는 "하천은 원형 그대로의 보존.관리가 최선이지만 도심의 땅이 부족하고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특히 이들 소하천은 오수와 우수가 흐르는 구거(개골창)에 불과해 하천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별다른 보존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도시 소하천은 시원한 도시를 만드는 혈맥"이라며 "아스팔트'콘크리트로 덮힌 지역에 비해 수변지역은 3℃나 낮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맑고푸른대구21추진협의회 류병윤 사무국장도 "아직 복개되지 않은 팔거천, 욱수천, 매호천 등의 경우 오수를 별도로 모으는 차집관거가 설치돼 있는 만큼 조금만 관심을 쏟으면 도심내 휴식 및 친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며 이들 하천에 대한 보존.관리대책의 수립을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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