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딸처럼 간호 병마도 이겼다'...남구보건소 이영숙씨

온갖 질병 할머니 자리보전 5년...13개월째 지극 정성 앉을 수도

엉덩이가 짓무르고 발뒤꿈치가 썩어 들어가 거동조차 힘겨웠던 60대 할머니의 일그러진 얼굴을 환하게 편 보건소 방문간호사의 이야기가 폭염에 찌든 사람들에게 시원한 청량제가 되고 있다.

5년여 전부터 골다공증과 신경통, 심장병, 관절염, 와사풍 등 온갖 병을 다 떠안고 자리에 누웠던 유순옥(68.여.남구 대명3동)씨에게 지난해 7월 작은 천사가 나타났다.

남구보건소가 방문보건 사업을 본격 추진하면서 유씨를 위해 이영숙(39.여) 방문간호사를 배치한 것.

이씨가 유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어려운 형편으로 병원치료도 잘 받지 못한 데다 방안에 누워 있기만 한 탓에 신체 일부가 짓물러 손만 대도 살점이 떨어져 흘러내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씨는 유씨의 살을 여미고 흐르는 고름을 닦아내고 조금도 찡그림 없이 치료에 열중, 유씨 가족에 힘을 주었다.

만난 지 10개월 뒤인 지난 5월. 드디어 할머니는 등 뒤쪽과 발뒤꿈치 부분의 욕창이 거의 아물고 일어나 움직일 수도 있게 됐다.

유씨 남편 배정달(69) 할아버지는 "아내가 자리에 누운 뒤로는 입을 아예 떼지 않았는데 이 간호사 덕분에 건강을 회복하면서 이제는 말도 하고 웃기도 잘 한다"며 흐뭇해했다.

또 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이씨가 간호를 끝내고 돌아설 때면 유씨가 "또 언제 오는데?"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유대관계가 형성되자 이씨의 '주말 및 야간 호출'도 잦아졌다.

배씨가 아내의 상태가 조금만 이상해도 연신 휴대전화로 '구조요청'을 해오기 때문. 부를 때마다 달려가면서도 자신이 맡은 방문간호 대상이 300여명이나 돼 언제까지 유씨만을 챙길 수 없는 이씨이지만 이제는 유씨가 엄마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친정 어머니(64)와 비슷한 연령인 까닭에 마음이 더 쓰이는 것.

이같은 마음은 유씨 부부도 마찬가지. 이씨가 방문하자 유씨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어깨를 주물러봐"라고 했다가 "억세게 주무르니까 아파"하며 찡그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모녀사이였다.

지켜보던 배씨는 "이 간호사 덕에 우리 마누라가 이렇게 좋아졌다"며 "우리집 딸이 다 됐지 뭐"하며 잡은 이씨의 손을 놓지 못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사진 : 남구보건소 이영숙 방문간호사가 골다공증, 와사풍 등으로 병마에 시달린 유순옥씨를 13개월 동안 지극정성으로 치료해 완쾌시켰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