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함께 하고 싶은 당신에게

한국을 떠나온 지 벌써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설레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을 맞이합니다.

나는 지금 아름다운 석양과 하늘, 잔잔한 호수, 그리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인도의 작은 사막마을 '푸쉬까르'에 있습니다.

내가 이곳을 여행길로 택한 것은 중학교 때 우연히 어린왕자를 만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린왕자의 마지막 여행길이었던 사막에서 나도 쌩떽쥐베리처럼 어린 왕자를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사막을 가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젠 훌쩍 커버린 어린 왕자를 찾아 이곳에 왔습니다.

사막은 바람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합니다.

아무런 생기가 없을 것 같은 이곳에서 바람이 시작된다는 것이 놀랍지 않나요? 혹시 어린 왕자도 사막에서 시작된 바람을 타고 자기 별로 돌아가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요?

사막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나무 한 그루만큼의 그늘에 앉아있으면 수많은 잡념들이 머리 속을 떠돌아다닙니다.

'왜?'라는 근본적인 이유에서부터 돌아가면 해야할 것들과 미루어 둔 것들이 작열하는 태양 빛처럼 파고듭니다.

하지만 밤이 오면 오직 그리움만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별자리 마냥 당신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이곳이 비록 내가 꿈꾸며 그려왔던 그런 사방이 모래뿐인 사막은 아니지만, 바람이 시작되는 이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다음에 내가 이곳에 온다면 그때는 당신과 함께였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호숫가를 거닐면서, 석양을 바라보고, 이국의 음악도 듣고 싶습니다.

이틀 후면 이곳을 떠나 성스러운 강이 있는 '바라나시'를 향해 조금씩 동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조금씩 당신과 가까워지겠지요. 무사히 돌아가겠다고 다시 약속합니다.

박준형 (두류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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