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어이가 없어. 중국인도 분명히 고구려가 우리 역사라는 것을 알고 있단 말이야."
조선말기 항일 의병장 왕산(旺山) 허위(許蔿)선생의 후손인 허경성(77.대구 북구 산격3동)씨는 올해 광복 59주년을 맞은 요즘 기쁨보다 탄식이 앞선다.
선조들이 외세와 맞서며 피흘려 이룬 역사가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안타까움에서다.
허씨의 집안역사는 파란많은 한국 근.현대사와 맥을 같이한다.
조부인 허위 선생은 1896년 명성황후 시해 및 단발령에 반기를 들고 경북 김천에서 의병을 일으켜 무장투쟁을 이끌고 을사조약 체결 이후인 1907년 전국의병 연합체인 '13도 창의군'을 편성, 군사장으로 서울 탈환작전을 지휘하다 붙잡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후 항일운동에 앞장선 집안이라는 이유로 아버지와 형제들은 고향을 등지고 만주로 이주했고 집안 대부분이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큰아버지 허학은 일송 김동삼 선생 등과 러시아에서 독립운동을 했고 허위 선생의 종조카인 희산(希山) 허극 선생은 북만주에서 일본경찰 등 1천500여명을 사로잡고 500여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린 맹장으로 활동했다.
지금도 허씨를 빼고는 집안 사람 대부분이 귀국하지 못한 채 러시아와 만주 등지에서 생활 중이고 만주에서 태어나 1946년 대구 정착 때까지 19년을 만주에서 보냈던 허씨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는 "당시 중국인들은 고구려.백제.신라로 형성된 삼국 역사를 엄연히 인정했고 특히 만주지역을 지배한 강대국 고구려에 대해 강한 인상을 갖고 있었다"며 "만주지역 곳곳에 남은 고구려 유적을 본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꼴리방즈(고려인)'라고 부른 것을 봐도 분명히 그들도 고구려가 한국역사임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허씨는 역사분쟁의 원인이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선조들의 피땀으로 광복을 이룬 뒤 제대로 된 역사만들기를 못한 후손들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민족은 5천년 동안 외세를 물리치며 조국을 지켜온 강한 민족이라는 것을 젊은 세대가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편 허씨는 현재 경북 김천시 남면의 허위 선생 묘소를 내년 대전 현충원으로 옮겨 모시는 일에 힘을 쏟고 있으며, 허위 선생의 고향인 구미에 3, 4년 뒤 지어질 예정인 '왕산기념관'의 개관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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