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생문제 협력 행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행보가 달라지고 있다.

계속됐던 여야간 정체성 공방에서 벗어나 '경제 우선주의'로 방향을 튼 것이다.

박 대표는 13일 "경제문제에 대해 야당은 얼마든지 협조하겠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만들었다.

근 20여일간 끌었던 정체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터져 나온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긴급 민생점검회의를 열어 "야당 입장에 대해 분명하게 정부에 촉구하고,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에 대해선 분명히 협조를 해 어려운 국민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살려나가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조원 가량의 혜택이 돌아가는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 등 석유제품 세율 10% 인하 △전력 요금의 10% 인하 △주택거래 신고제 개선 △공공부문의 청년 고용 확대 △특소세, 법인세, 소득세 인하 및 교육비 소득공제 범위 확대 등을 정책대안으로 정부 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박 대표의 행보는 곧장 '정쟁중단' 선언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는 아예 "(제가)정쟁을 한 게 뭐가 있냐"고 되물었다.

"상생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국가 정체성 문제는)야당이 짚어야 할 당연한 물음이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나아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도 정쟁이라 한다면, 야당은 줄곧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대표의 행보는 민생에 대한 협력은 하되 정체성 문제의 화두를 계속 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생'이라는 민감한 여론 추이에 반응하면서, 야당으로서 대여 비판의 끈을 놓치않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여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천정배(千正培)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박 대표가 경제.민생에 전념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미래로 가기 위해선 그동안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청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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