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 기자의 영화보기-'봄 여름...'의 미국 흥행 성공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대단히 정적이고 영적인 김기덕 감독의 이 영화는 한국에서 참패했다.

모두 2만8천명의 관객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한국에서 개봉이 불가능한 영화다.

등장인물이라야 스님과 제자가 고작이고, 카메라도 뱀이나 개구리를 비추고, 드라마도 사랑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 것이 전부다.

아기자기한 로맨틱 코미디에 물든 한국 관객이 외면하기 '딱 맞는' 영화에 속했다.

뒤늦게 이 영화를 꺼내는 이유는 미국에서 한국영화로서는 최대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일 미국 4개 극장에서 개봉된 '봄 여름...'은 5월 59개 극장으로 확대, 8월까지 모두 225만여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22일 LA타임스는 "전혀 블록버스터라고 볼 수 없는 영화"라면서 "그러나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봄 여름...'은 평론가들로부터 'A+를 받았으며, 관객들로부터는 'B0'를 얻어 미국에서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미국영화 DB사이트 IMDB에서도 1천60여명이 투표해 10점 만점에 8.2점의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한 주에 수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225만 달러가 미약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 극장의 관람료를 6, 7달러로 보면 32만~27만명이 이 영화를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올해 대종상과 작년 12월 청룡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흥행 결과로 보면 '봄 여름...'만큼 비평과 흥행이 극단으로 갈린 영화도 흔치 않다.

'1천만명 관객시대'가 무색해지는 결과다.

이런 점을 반영했는지 LA타임스는 "자국영화 점유율이 62%를 차지하는 한국에서 성공한 영화가 반드시 수출이 잘 된다고 볼 수 없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꼬집고 있다.

한국영화 시장 왜곡 이야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제기되는 것이 '국화빵 장르'다.

로맨틱 코미디나 조폭영화 등 천편일률적인 영화만 '찍혀' 나온다는 것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 최고선이 아니냐"고 했다.

한국영화 제작시스템도 변해야겠지만, 관객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참패했던 '봄 여름...'이 '상업영화의 본거지'로 알려진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번 곱씹어 볼 일이다.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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