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대구·경북 의원들의 협심증

전라도 땅에서 의원 연찬회를 갖고 그 말미에 5.18묘지를 단체 참배하자는 한나라당의 계획에 특히 대구.경북 중진의원들이 대놓고 반대했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게 겉마음이고 속마음은 "그래 봤자 한 표도 안 주는데"-인 것 같다.

참 속이 좁기로 귓구멍 같다.

누가 거기 못가게 말린 사람 아무도 없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자식들이 죽고서야 화해할 만큼 철천지 한(恨)이 남아있는 것도 아닌데…, 또 설사 지역민들이 반대해도 끈기있게 설득하고 독려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지역정서 고착화에 앞장서는 꼴이니 답답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는 어제 나주 수해 지역을 찾아 주민을 위로했다.

2주 전에는 DJ를 찾아가 유신 과오를 사과했다.

본란은 그의 행보를 참 좋게 느낀다.

그것이 '이벤트'라고 해도 좋다.

실로, 한나라당이 '박정희'와 '5.18'을 뛰어넘지 못하면 전국정당화는 요원하다.

노태우.김영삼 후보의 호남지역 대선 유세 때 받았던 계란.돌 세례에 대한 '방탄 유리'를 지금 못 걷어치우면 지역주의 극복은 몽상이다.

'5.18'은 이미 정치.역사적으로 단죄를 받았다.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그것은 '쿠데타'다.

그것을 지역정서, 표(票)의 연장선상에서만 보면 그 앙금은 밑도 끝도 없다.

"싫다는 사람 향해 짝사랑 노래를 불러야겠느냐"고 모 의원은 입이 튀어나왔다지만 본란은 "그래도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의원은 "아직 시기상조"랬지만 그럼 언제? 전라도에서 금배지 나올 때가 타이밍인가.

물어보자. 참배하지 않는 것이 대구.경북 정서인가? 과거사를 물고 늘어지는 여당을 그렇게 비난하면서 한나라당의 우리지역 국회의원들은 왜 '과거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가. 하다못해 망자(亡者)에 대한 예의라고 넘기면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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