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있게 한 아버지가 위독한데 지켜 볼 수만 있나요. 하루빨리 아버지 건강이 회복됐으면 좋겠어요."
간암으로 사경을 헤매던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토록 해 새 생명을 얻게 한 배지혜(16.대구 화원고1년)양의 효심어린 말이다.
지혜양의 아버지 영근(44.대구 달성군 옥포면 간경리)씨는 2002년 11월 말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간경화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때부터 배씨는 여러 병원을 찾아 다니며 치료에 나섰으나 이듬해 2월 급기야 간암으로 발전됐다는 청천벽력의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암 세포가 간 전체로 퍼져 간이식 외에는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다는 담당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농사일로 네 식구 부양도 힘에 부친 상태인데다 더구나 혈액형(O형)에 맞는 간을 구하기는 더욱 힘든 형편.
'서둘러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혜양은 오로지 아버지를 살려야겠다는 생각과 아버지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자신의 간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병원에서 처음에는 나이가 어려 간 이식이 불가능하다고 했으나 딸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이달 초 서울 삼성병원에서 수술을 마쳤다"고 어머니 이향숙씨는 그간의 사정을 털어 놓았다.
지혜양은 "생일이 몇달만 늦었어도 이식을 할 수 없을 뻔 했어요. 다행히 생일이 지난 3월이어서 수술 당시 만16세가 넘었어요"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만 16세가 되지 않으면 부모의 동의가 있더라도 법적으로 장기를 기증할 수 없기 때문.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지혜양은 지난 12일 퇴원했고 현재 아버지 영근씨는 삼성병원에 입원 중이나 걸어 다닐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
어머니는 "지혜가 아버지에게 너무 많은 간을 떼어줘 1달 정도 요양이 필요하다"며 "수술비만 수천만원이 들어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제대로 간병도 못해 줘 안타깝다"고 한숨 쉬었다.
화원고 강정숙 담임 교사는 "성실하고 생각이 깊은 학생으로 성적도 상위권"이라며 "지혜의 효심을 전해 듣고 형편이 어려운 지혜를 돕기 위해 교직원 및 학생 등이 나서 모금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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