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 분위기 속 열린 伊-이라크 축구

'축구에 증오는 없었다.' 28일(한국시간) 그리스 테살로니키 카프탄조글리오스타디움에서 열린 이탈리아아와 이라크의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은 이라크내 무장단체에 의해 피살된 이탈리아 언론인의 명복을 비는 분위기 속에 열렸다.

전날 이탈리아의 프리랜서 언론인 엔조 발도니가 '이라크 이슬람 군대'라고 밝힌 이라크내 무장세력에 의해 피랍됐다가 살해됐기 때문.

이탈리아 선수들은 발도니를 애도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양해를 얻어 검은 완장을 유니폼에 착용하고 뛰었다.

킥오프에 앞서 양팀 선수들은 한데 어울려 사진을 찍는 등 스포츠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도 연출됐다.

동메달이 걸린 양보없는 일전이었음에도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닌 듯 했다.

물론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주재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양팀은 '어제'의 일로 적이 아니었다.

이라크올림픽위원회 관계자들은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 관계자들과 손을 맞잡고 위로의 말을 건넸고 이탈리아쪽도 감사를 표시했다.

아미르 알 사디 이라크올림픽위원회 사무총장은 "이탈리아 국민과 슬픔을 함께하고 싶다"며 "확신하건대 그런 행위를 한 자들은 이라크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프란코 카라로 이탈리아축구협회 회장은 "발도니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던 이라크팀과 아드난 하마드 감독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어제 사건으로 이라크 국민과의 관계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전반 8분만에 터진 알베르토 질라르디노의 결승골로 이탈리아가 1-0으로 눌러 동메달을 차지했으나 이라크가 패자는 아니었다.

국내 사정이 날로 악화되면서 올림픽최종예선 홈경기를 한번도 치르지 못했는가 하면 이곳저곳에서 자금을 조달해 훈련과 생활을 영위하는 등 어렵게 팀을 유지했으면서도 4강의 업적을 이뤄 고통받는 국민에게 잠시나마 희망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메달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회 주인공 중 하나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