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노 의학자와 그리스 아테네국립대학의 저명 물리학 교수 부자의 아름다운 인연이 올림픽이 열리는 그리스 사회에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경북대 의대 정태호 명예교수(71)와 아테네국립대 물리학과 마누사끼스 아르까디오스(50)교수.
두 교수의 특별한 인연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세계 200명의 환자만이 있는 '데스모형 암'이라는 희귀병을 앓았던 아르까디오스 교수의 아들 바니스(17)군이 지난해 말 병이 재발하면서 아르까디오스 교수는 백방으로 아들 병을 고쳐 줄 새로운 치료법을 찾고 있었다.
지난 2000년 발병해 1년 가량 미국.영국 등지에서 수술과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경과가 시원치 않았고 체질적으로도 약물치료가 맞지 않던 아들이 갑자기 복수가 차오르고 걷지도 못할 정도로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었다. 아르까디오스 교수는 애타는 부정(父情)으로 전 세계의 자료를 모두 뒤지던 중 인터넷을 통해 정 교수가 지난 2000년에 미국 의학학술잡지에 기고한 '항암 면역요법'을 알게 됐다.
정 교수의 이 면역요법은 백혈구의 암세포 감시 기능을 강화시켜 치료하는 방법.
그리스 한국대사관을 통해 정 교수의 연락처를 확인한 아르까디오스 교수는 즉시 정 교수에게 아들의 딱한 사정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대학교수라는 점에 동료 의식을 느낀 정 교수는 '무엇이든지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르까디오스 교수와 아들을 경북대병원으로 초청했지만 허약한 바니스군이 머나먼 길을 떠날 수는 없었다.
도울 방법을 찾던 정 교수는 3월부터 주사약을 항공편을 이용, 일면식도 없던 아르까디오스 교수에게 공수하기 시작했다. 평생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온 한국의 노 의학자와 사경을 헤매는 아들을 둔 벽안의 물리학자가 함께 힘을 합쳐 꺼져가는 생명을 위해 노력했다.
이들의 만남은 기적을 만들어갔다. 치료에 애를 먹었던 아들이 주사약을 매일 투여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배에 찼던 물도 빠지고 조금씩 호전을 보인 것.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수백통의 팩스를 주고 받으며 정보를 나눴다.
재발 당시 몸무게가 50kg에 불과하던 바니스군은 현재 59kg까지 늘었고 올림픽 기간 중에는 육상 경기에 응원을 다닐 정도까지 회복됐다. 26일 아르까디오스 교수 집에서 기자와 만난 바니스군은 "정상인의 70%까지 회복된 상태이고 많이 움직여도 피로한 지 모르겠다"며 "장래희망이 소설가"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아르까디오스 교수는 "감사할 뿐이다. 정 교수는 의사이기 전에 인간적으로 많은 감동을 주신 분"이라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바니스군의 빠른 회복 소식에 자신도 놀랐다는 정 교수는 "대구와 아테네에 떨어져 살지만 아르까디오스 교수와 전생에 깊은 인연이 있었을 것"이라며 "바니스가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테네.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아르까디오스 교수(오른쪽)와 건강을 조금씩 회복해가는 아들 바니스군이 정태호 교수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왼쪽 위 사진은 경북대 의대 정태호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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