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오리! 오리! 예쁘다.
"
목 소리의 주인공은 눈이 동그랗고 예쁜 명규. 긴 속눈썹에는 언제나 웃음이 반짝반짝 묻어 나오는 아이입니다.
아직 네 살이 채 되지 않은 명규는 높임말을 쓸 줄 모릅니다.
어느새 할머니의 손을 놓고 오리를 쫓아갑니다.
겁이 많은 오리는 짤막한 다리를 뒤뚱거리며 덤불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높다란 은행나무에 둥지를 튼 참새들이 재잘재잘 명규에게 아침 인사를 합니다.
" 안녕, 잘 잤니. 오늘도 멋진 하루가 되길 바래!" 명규가 조그만 단풍잎 같은 손을 흔들며 말합니다.
"안녕, 참새야. 너두…"
"선생님, 싸리나무에 풍뎅이가 있어요!" "애들아, 우리 풍뎅이 보러 가자." 모두들 석호 곁으로 뛰어갑니다.
가느다란 싸리나무 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곤충은 호기심 어린 아이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 버립니다.
아이들은 금세 잊어버립니다.
석호는 포도 잎에 붙어 있는 매미 껍데기를 찾아냅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잔디밭에 빙 둘러앉아 매미의 한해살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선생님, 전나무에 거미가 있어요" "얘들아, 우리 거미 구경 갈까?" 모두들 나영이 곁으로 뛰어갑니다.
두 그루의 전나무 사이에는 연두색 거미가 살고 있습니다.
거미는 아라크네 처럼 뛰어난 직조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옛날에… 아라크네는 아테나 여신과 베 짜는 기술을 겨루게 되었어. 인간의 교만함을 일깨워주려고 했던 아테나는 신들을 조롱하는 아라크네를 거미로 변신시켰지. 그래서 거미가 된 아라크네는 지금도 옛날과 다름없이 실을 내어 공중에다 걸고는 거기에 매달려 살게 되었단다.
" 선생님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장미꽃 옆에서 다소곳이 휴식을 취하고 있던 해님은 아이들에게 다정한 미소를 보냅니다.
하늘에는 뭉개뭉개 피어오르는 구름. 바람이 살며시 불어와 나뭇가지를 흔들며 지나갑니다.
갑자기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립니다.
덤불숲에서 고추잠자리가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강아지풀들이 기쁜 듯이 온몸을 흔들어댑니다.
정열적인 샐비어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립니다.
수줍음 많은 베고니아도 가냘픈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영문도 모르는 수탉이 아름다운 제 모습을 과시하려는 듯 목청을 올립니다.
늘 말이 없이 근엄하기만 하던 소나무도 솔방울이 데굴데굴 굴러 떨어질 정도로 기뻐했습니다.
또 다시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립니다.
덤불숲에서 호랑나비가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억새가 조용조용 속삭이기 시작합니다.
칸나가 부끄러운 듯이 배시시 미소지었습니다.
방아깨비가 환영인사라도 하는 듯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8월의 정원은 아이들의 사랑과 자연이 함께 어울리는 마치 한편의 동화책 같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와 자연에 대한 관심을 보면서 공부는 저렇게 저절로 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누가 억지로 가르치거나 떠먹이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또 즐거워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유치원에서의 일입니다.
그곳에서는 문자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은 풀과 모래 숲이 있는 아름다운 환경에서 모래장난을 하면서 또 숲속에서 작은 곤충을 보면서 유치원 생활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정말 부러웠습니다.
오늘 곤충과 동물 숲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작지만 뭔가를 이루었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성장하면서 자연과 함께 생각을 키우고 넓히는 그런 환경 속에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러나 며칠전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대입 입시안은 부모들을 또다시 혼란속으로 빠뜨리고있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제대로 된 교육 쉽게 변하지 않는 입시제도를 가질 수 있을까요. 엄마들이 학교를 믿고 교육당국을 믿고 아이들을 무지개처럼 지켜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봅니다.천현섭 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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