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오페라 도시로 만든다는 꿈을 안고 지난해 8월 개관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개관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수준 높은 공연들을 많이 소화해 내 지역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단기간에 대구를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떠올랐지만 여러 가지 한계성도 노출시켰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지난 1년과 과제를 짚어본다.
#어떻게 운영됐나
개관 이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모두 90여회의 공연이 무대에 올려졌다. 한 공연에 1∼4일의 무대 세팅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시즌 오프(Season off) 기간을 빼곤 거의 쉬지 않고 가동된 셈이다.
지난해 8월 개관 기념 오페라 '목화'가 공연된 이후 이달 28일 '오페라바리에이션'에 이르기까지 총 11만여명의 관객이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좁은 로비와 주변 경관의 열악함, 주차 공간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거나 개선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여자 화장실 부족 및 매표소 위치 문제 등 개관 이후 지적돼 온 여러 단점들에 대한 개선 작업은 꾸준히 이뤄졌다.
백월(Back wall) 방식의 음향 반사판 도입 및 조명시설 개선 등 업그레이드도 시도됐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운영에는 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산은 지난해 14억8천여만원, 올해 38억2천여만원이다.
반면 수입은 지난해 6천600여만원, 올 해 6억3천여만원(예상치)에 불과해 적자폭이 크다.
이에 대해 김선오 대구오페라하우스 관리과장은 "문화공간 예산은 시민들의 문화 향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며 "경영수지를 호전하려면 결국 대관 수입을 높여야 하는데 이는 입장료 상승을 부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공연 문화 수준 높였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무대 시스템과 관객 편의성 등은 많이 안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완준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촉박히 개관한 탓에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지난 1년간 대과 없이 운영돼 왔고 무대 시스템과 경영도 국내 일류 어느 극장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화됐다고 자평한다"고 말했다.
홍종흠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삭만한 주변 공간과 좁은 주차시설, 오페라전용극장에 걸맞지 않은 조경 등 문제점이 없지 않지만 공연장 내부 시설만을 놓고 볼 때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좋은 공연장"이라며 "오페라 전용극장 운영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운영 또한 비교적 잘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음향 여건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좋다는 평가가 많지만, 일부 불만도 없지 않다.
최영은 대구음협 회장은 "음향의 경우 당초 우려를 많이 했지만 울림이 좋게 들린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대구의 공연 문화 중심으로서 지역 음악 발전을 선도하는 인프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첼리스트 이병배씨는 "오페라는 몰라도 기악곡을 연주하기에는 음향적으로 불만스런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 이후 좋은 공연이 대구를 많이 찾고 있으며 관객들의 관람 문화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김내현 팀장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타지역 연주단체의 문의가 많다"며 "안내 도우미를 집중 배치해 관람 질서 안내 활동을 편 결과 시민들의 관람 매너가 매우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계성과 과제
엄격히 말해 대구·경북 음악계의 저변은 오페라 전용극장을 소화해낼 만큼 넓고 깊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대구의 공연예술 발전을 선도하는 전진기지 역할까지 해야 하는 짐마저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취지에 따라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시작됐지만,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오페라전용극장이라는 이름을 표방한 데 따른 높은 기대 수준도 대구오페라하우스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작곡가 이상만씨는 "대구에 필요한 것은 오페라하우스가 아니라 다목적 고급 콘서트홀이라고 본다"며 "오페라하우스라는 이름 대신 음악홀 내지 아트홀 등으로 개명하는 것도 장기 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극인 ㅇ씨는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수요에 의해 생긴 인프라가 아니라 남이 지어준 것을 그냥 받은 것이기 때문에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지역 공연문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기획공연을 많이 만들어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의 경우 27일 현재 총 59회의 공연이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려졌으나 이 중 대구오페라하우스 및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조직위원회의 기획 공연은 15회에 불과하고 나머지 44회는 대관 공연이었다.
올해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총 예산 중 기획예산이 10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예산을 뺀 실제 기획예산은 3억원에 불과하다.
예산 여건상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대관 기능에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연 인프라로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근에 콘서트홀을 두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옆 부지에 콘서트홀을 건축해 대구시민회관을 이전하는 계획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대구시민회관 부지를 매각해 부지 매입 재원을 확보하고 건축비는 국비 지원을 받겠다는 복안인데, 이 같은 시나리오는 경부고속철이 지상통과 방식으로 결정날 경우 대구시민회관을 헐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성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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