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 공사장의 '색소폰 연주자'...지게차 운전 김상철씨

'흙먼지 날리는 연주장에 작업복 관객이지만 이 시간만은 모두가 행복합니다.'

지난 27일 오전 중구 반월당네거리 지하철2호선 공사장. 공사소음이 끊이지 않는 도심의 지하철 공사장에 색소폰 연주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주자는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지게차를 모는 김상철(44.중구 동인동)씨. 김씨가 이곳 공사장에서 연주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일부터.

그가 색소폰을 분다는 얘기를 들은 동료들이 연주해 주길 요청하면서 휴식 시간이나 점식시간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즉석에서 작은 연주회를 열고 있는 것. 연주가 끝날 때면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지만 김씨는 아직도 초보 연주자.

김씨는 "지난 4월 색소폰과 첫 인연을 맺었으나 이웃의 따가운 눈초리 탓에 시간 날때마다 신천 고수부지와 국채보상공원 등을 찾아 다니며 하루 6-7시간씩 연습을 했다"며 "아직은 연주자라고 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라며 쑥스러워 했다.

그러나 김씨가 언제든지 연주할 수 있는 곡은 트롯에서 발라드와 팝송 등에 이르기까지 줄잡아 100여곡에 이른다. 동료들은 "김씨의 연주를 들으면 피로가 쏵 가시는 것 같고 일의 능률도 오른다"며 "연주 소리를 듣고 길 가던 시민들도 많이 찾아와 연주를 듣곤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어차피 연습도 해야 하고 동료들이 원하기도 해서 시작했는데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다"면서 "능숙하진 못하지만 듣는 사람들이 좋아하니 힘이 나고 재미있다"며 지하철 공사가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연주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월당 지하철 공사장의 떠오르는 '스타'가 된 김씨는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조그만 악단이라도 만들어서 시설 등 불우이웃을 찾아다니며 봉사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사진 : 지하철 공사장 지게차 기사인 김상철씨가 지하철 반월당 공사현장에서 쉬는 시간을 이용, 동료들을 위해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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