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호남땅 찾은 한나라 의원

한나라당 의원 100여명이 28일 전남 곡성군의 작은 마을 봉조리를 찾았다.

호남 구애를 위한 첫 걸음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이처럼 환대를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60여 가구에 불과한 봉조리는 잔칫집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손수 돼지를 잡고 동동주와 떡을 빚어 손님들을 맞았다.

박준영 전남지사와 열린우리당 우윤근 의원, 김화중 전 장관의 남편인 고현석 곡성군수도 일찌감치 마중을 나왔다.

박근혜 대표는 "100여명의 의원이 잠시 머무는 것 자체가 폐가 될 수 있어 미안하다"고 했으나 주민들은 손사래를 쳤다.

마을 이장인 이강선씨는 "조그마한 골짜기에 귀한 손님이 와 감격스럽고 부들부들 떨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 지사는 "(동서화합의)씨앗이 돼 여러 고민들을 해소하자"고 화답했다.

의원들도 표정이 밝았다.

출발 전 "호남행 자체가 이벤트"라며 뒷말이 무성했지만 봉조리에 온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의사출신 안명옥.안홍준 의원이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67명에게 무료진료를 했고, 의원 13명은 닷새 동안 갈고 닦은 연극을 선보였다.

해질 무렵 시작된 연극은 밤늦도록 계속됐으며, '오버 액션'하는 의원들의 연기에 끊임없이 웃음을 쏟아냈다.

행사가 끝날 무렵, 박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는 "봉조리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지만 더 아쉬워하는 쪽은 봉조리 주민들이었다.

한 70대 노인은 "호남을 느끼고, 봉조리를 몸으로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의원들은 호남의 '애환'이 담긴 섬진강변을 따라 거닐었고, 정유재란 당시 왜병에 맞서 순절한 전북 남원의 '만인의총'을 참배하기도 했다.

버스로 이동하는 도로변에 환영 현수막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의원들은 봉조리를 떠나며 "멀게 느껴졌던 호남이 가까이 있더라"고 말했다.

한 영남권 의원은 "이제 '찾아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도 했다.

봉조리는 한나라당에게 각별한 곳이 됐다.

작은 마을 봉조리가 아니라 영호남 가교를 잇는 첫 발이 될 것이란 성급한 기대도 나왔다.

이날 섬진강 걷기 행사를 이끌었던 '섬진강 따라 걷기'의 저자 신정일씨는 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위대성을 나타내는 나의 공식은 운명애(運命愛)다.

필연적인 것은 감내해야 하고 사랑해야 한다"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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