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존심 먹칠한 태권도 종주국

"기교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

한국 태권도가 아테네올림픽에서 '종주국'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큰 교훈을 얻었다.

한국 선수들이 출전한 태권도 경기를 지켜 본 시민들은 "우리가 종주국이 맞느냐. 대표선수들을 어떻게 선발했고 훈련시켰는지 모르겠다"며 한결같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일부 체육인들은 "유도 등 다른 투기에 비해 태권도가 여전히 재미가 없다"며 "태권도가 2008베이징올림픽까지는 정식종목이지만 이후에는 퇴출당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금 2개, 동 2개에 그치며 대만(금 2개, 은 1개)에 뒤지는 수모를 당한 이유는 기술 개발과 선수 발굴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또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술과 '종주국 어드밴티지'를 염두에 둔 파이팅없는 플레이로는 수준이 평준화된 세계 무대에서 정상에 설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국제경험이 전무한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허술한 대표선발전도 화근이 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57㎏급의 장지연(삼성에스원)은 공격적인 플레이보다는 점수 위주의 허약한 플레이를 펼쳐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박수를 받지 못했다.

수비 위주로 기다리다 상대의 실수를 노린 반격으로 득점하는 장지연의 플레이는 효율성은 있었지만 재미없고 위태위태해 호응을 얻지 못했다.

동메달에 머문 남자 68㎏급의 송명섭(경희대)과 여자 67㎏급의 황경선(서울체고)은 소극적인 경기 운용과 경험 부족이 문제가 됐다.

황경선은 루오웨이(중국)와의 1라운드에서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럽게 탐색전을 펼치다 오른발 받아차기로 선제점을 올렸으나 2라운드 초반 상대 왼발에 3번 연속 당해 역전당했다.

송명섭은 화려한 기술을 선보였지만 체력과 투지에서 금메달을 딴 사에이 베네코할 하디(이란)에 뒤졌다.

한국 태권도는 이번에 체력과 다양한 기술, 투지를 모두 갖춘 전천후선수의 필요성을 절감한 만큼 선수 육성과 선발, 경기 방식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김교성기자 ㎏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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