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경덕왕은 100여 년에 이르는 백제와 고구려 유민들의 저항과 이탈을 중단시키려 갖은 대책을 다 써보았지만 허사였다.
유민들의 마음을 달래보려 충담이란 승려에게 세상을 편히 할 수 있는 노래(安民歌)를 부탁했다.
충담은 신라의 수탈적 조세정책이 유민 반발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백성이 배불러야 정치가 바로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안다(以食爲天)"는 사기의 한 구절을 옮겨온 것이다.
▲따지고 보면 공산주의의 출발점도 이식위천이다.
노동계급 혁명으로 모두가 잘 살아보자는 논리였다.
당시의 굶주림이 있었기에 공산혁명은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혁명 이후 공산 논리는 모두를 가난에 빠뜨리는 허구임이 확인됐다.
성공을 가져다 준 이식위천이 또한 실패의 원인이 되는 역사의 아이러니였다.
▲등소평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요즘 온 중국이 추모 물결로 떠들썩하다.
그는 공산주의 속에서 자본주의를 발견한 사람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어 지난 25년 간 GDP 35배, 1인당 GNP 26배라는 성장의 기반을 만들었다.
이제 그는 국부적 존재로 숭앙되는 분위기다.
등의 통치철학은 향후 100년 간 중국을 움직이는 유지(遺旨)가 될 것이라는 말까지 회자된다.
▲그의 어록에서 발견하게 되는 특별함은 놀라운 유연성이다.
"시장경제적 우경화의 착오를 경계해야 하지만 계획경제의 좌경화를 방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 "나는 개혁파임에 틀림없지만 중국 공산당의 기본원칙을 지키는 점에서 보수파이기도 하다.
" 그의 통치철학에는 경계선이 없다.
현실적 필요에 따라 양극단의 노선을 폭넓게 수용한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국가의 길을 관철시키고 있다.
"가난한 사회주의는 없다", 즉 철저한 실용노선이다.
▲등의 성공은 한국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의 패권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경고로 삼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노선은 무엇인가. 코드, 편가르기, 과거사 올인 같은 단어들 뿐이다.
의식주보다는 이념적 지향에, 국가 경쟁력보다는 사회적 헤게모니 장악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등은 70년대 사인방(四人幇)의 발호가 국가발전을 20, 30년 간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5년이 그때의 20, 30년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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