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폐회식 끝머리 '2008 베이징에서 만납시다'라는 약속을 보자니 마음이 착잡했다.
극히 일부의 프로나 인기 종목 선수들이야 앞으로 4년 동안 자기 종목에서 열심히 하다가 올림픽에 참가할 기회가 '덤'으로 주어지면 국가를 대표한다는 기쁨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는 대부분의 종목 선수들은 다시 4년을 어떻게 기다릴까 안타까웠다.
스포츠를 흔히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여러 측면에서 비견할 수 있겠지만, 갑자기 올림픽과 우리 대학입시 제도가 닮은꼴이란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린다. 올림픽을 앞두고는 늘 어떤 종목이 빠질까, 다른 종목이 새로 포함될까 논란이 벌어진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야구와 소프트볼, 근대5종 등의 종목이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다 가까스로 존속할 것 같다고 한다.
우리 대학입시는 3년마다 바뀌어 치러지는 게 정착(?)이 됐다. 새 제도 시행을 앞두고 어느 쪽에 비중을 둘지, 다른 쪽은 아예 무시할지 논의도 매번 무성하다. 아테네 올림픽이 열리는 해의 수험생은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이전과 확 달라진 수능시험을 치르는데,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대학에 입학할 학생들은 그와 또 달리 내신과 대학별 고사 성적이 좋아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
올림픽 대표 선수들의 사연은 언제나 눈물겹다. 4년 동안 땀을 흘린 정도로는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 지난 올림픽에 아깝게 참가하지 못했다거나, 메달 유망주로 꼽히다 어이없이 탈락했다거나 하는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라야 스포트라이트가 쏠린다. 기대했던 성적을 못 내면 죄인이나 된 양 고개를 떨궈야 하고, 주위 눈길은 일순간 냉랭해진다.
대입 수험생들도 마찬가지다. 고교 3년 동안 새벽부터 밤까지 죽어라 공부하는 걸 모두가 당연시한다. 공부에 짓눌려 목숨을 끊는 학생이 속출해도 세상은 잠시 호들갑을 떨 뿐 달라지는 게 없다. 학교나 가정, 사회의 관심은 언제나 우수생, 상위권 대학에 쏠린다. 어중간한 성적을 내거나 실패라도 하면 금세 죄인 취급을 받는다.
한국 입장에선 이른바 헝그리 종목의 하락세와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 부족이 확연한데, 선진국들은 과학적·체계적 훈련 시스템과 아낌없는 투자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이번 올림픽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대학입시에서도 이런 왜곡된 모습은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공교육을 통해 고난을 딛고 성공하는 학생보다, 어릴 때부터 부유한 가정 형편과 사교육의 혜택을 두루 받고 성장한 학생이 한 걸음 앞서가도록 교육제도가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
아테네에서 꺼진 성화는 4년 뒤 베이징에 가서야 되살아날 것이다. 이따금 국내 선발전이다, 해외 전지훈련이다 해서 잠깐씩은 세간에 화제가 되겠지만 선수들은 다시 기약 없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200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는 제발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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