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종민이. 아직은 '춤'이 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으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신이 난다.
춤을 추고 있으면 가슴 속의 모든 것들이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기분이라는 안종민(대구남중 3년)군에게 춤은 세상으로 통하는 창구다.
춤을 배워 춤으로 세상을 표현하고 싶은 이유다.
#춤꾼...걸음마
어릴 때 TV속 백댄서들의 춤을 보며 재미삼아 따라했지만 정작 '춤꾼'이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음악이 흘러나오면 몸이 절로 움직이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4년. 지금은 댄스팀 '815'의 막내로 자리를 잡았다.
지역뿐만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초청받는 수준 있는 팀에 속해 공연을 북돋우면서 자신들의 춤 실력도 키워가고 있다.
일주일에 며칠씩은 대구의 한 댄스학원에서 춤을 배우러오는 학생들을 가르친다.
주 연습장은 지하철 교대역. 매주 금,토,일요일에는 여기서 친구들과 연습을 한다.
춤이 생활에 배어들었다고 하면서도 아직 배울 게 너무 많다고 쑥스러워했다.
얼마전에는 '파핑(Poppin)' 동작을 익히는데 성공했다.
순간적으로 동작을 끊어지게 움직여 마치 로봇의 동작처럼 보이게 하는 이 춤을 익히기 위해 3개월을 보냈다.
매일 거울 앞에서 똑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했다.
파워를 요구하는 춤이라 매일 한두 시간씩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달리기 등 체력 훈련도 함께 했다.
춤을 배우기 위해 대구의 한 댄스팀을 찾았을 때도 그랬다.
3개월 동안 춤 동작은 가르쳐주지 않고 매일 뛰고 구르는 체력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춤이 좋아 배우겠다고 함께 나섰던 10명 가운데 그 과정을 참아낸 것은 고작 2명.
다음으로는 괴로울 정도의 연습이 기다린다.
스스로 동작에 만족해 자신감을 가질 때까지는 결코 무대에 설 수 없다.
"아무도 자신없어 하는 댄서의 춤에 호응하지 않죠. 5분도 안 되는 춤을 관객들에게 보이기 위해 몇 개월씩 연습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
#춤쟁이...댄서
댄서에게 가장 기쁜 순간은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이 하나가 될 때. 자신을 비추는 화려한 조명,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다니는 관객들의 시선, 움직임에 맞춘 박수소리 같은 것들이 댄서들에게 신명을 준다.
"제 춤을 보는 사람들이 잠깐만이라도 웃을 수 있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종민이가 춤을 추는 이유다.
무대위 댄서들은 화려한 몸짓과 갈채 속에 살지만 이면까지 선망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넘기 힘든 건 춤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이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더욱 시선이 따갑다.
"춤을 춘다면 모두들 불량학생으로 봐요. 술·담배는 당연히 하지 않느냐는 눈길도 받지요. 억울하지만 그럴수록 더 자신에게 엄격해지려 노력합니다.
" 불량학생 취급은 스스로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눈빛이었다.
사실 춤을 배우기 시작하고부터는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당연히 성적도 떨어졌다.
그렇지만 공부도 대충, 자신의 소질이나 특기 개발도 대충 하는 친구들보다는 삶에 더 충실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무엇이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자세가 중요하잖아요. 공부도 못하면서 다른 친구가 춤추러 다니는 걸 무조건 비아냥거리는 친구들에겐 결코 기죽을 일이 없죠."
춤에만 빠져 있는 듯하던 종민이는 이미 춤 외에 많은 것들을 배워야 진정한 댄서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대학에 진학해서 전문적으로 춤을 배워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죠."
#희망가
연습을 한 번 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땀의 열매를 믿는다"며 천진스런 웃음을 보이는 종민이. 주위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예능 분야의 자질을 인정해 머리 기르는 것을 허용해주고 있다.
완강하게 반대만 하던 부모님도 서서히 종민이 뜻을 따라주고 있다.
"어머니는 주위 분들에게 우리 아들이 춤을 잘 춘다고 자랑하기도 한대요."
종민이는 요즘 가을에 열릴 전국 청소년 댄스경연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방학 내내 하루 5시간씩 거울을 보며 동작 하나하나를 익히는데 힘을 쏟았다.
목표는 입상. 번쩍이는 트로피보다는 자신의 춤을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장르로 재즈를 꼽으며 유명한 재즈댄서 안무가 박명수씨처럼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재즈댄스는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는 춤이에요. 일정한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춘다는 것이 매력적이죠."
춤뿐만 아니라 재즈음악 공부에도 열심이다.
음악의 느낌을 제대로 춤에 실어 전달하려면 음악 공부는 필수다.
"남들이 추는 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져요. 제 춤에서도 행복과 희망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다시 음악에 몸을 맡기는 종민이. 그렇게 꿈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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