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치작가 윤동구 전시회

미술관 자체를 작품으로

"산업기술 적극 활용 창작"

설치작가 윤동구(52)가 '아트선재미술관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대규모 설치 전시회를 선보이고 있다.

1970년대 자신의 피를 사용한 설치작업으로 미술계에 등장한 작가는 이번에는 경주라는 도시 전체를 배경으로, 미술관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설정해 공동작업으로 만든 창작물을 내놓았다.

전시기간은 내년 2월6일까지이다.

미술관 바깥쪽은 공사현장을 방불케 한다.

건축용 비계(아쉬바)가 외벽을 격자 형태로 뒤덮고, 다양한 색상과 재질의 비닐막이 둘러쳐져 있는가 하면 윗부분에는 철골 구조물이 드러나 보인다.

작가는 "주변 공간과 작품 사이의 극적 대비를 강조하기 위해 실내 작업 이전의 준비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면 중앙 로비의 천장 아래 띄워 올려 설치된 낡은 방앗간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방앗간의 기계장치들이 거꾸로 매달린채 덜컹거리며 움직이고 있다.

모터, 벨트 등 각종 기계와 목재 구조는 모두 실제 방앗간 건물에서 가져온 재료를 그대로 사용했다.

작가에 따르면 방앗간은 한국인의 생명과 생활의 원천인 벼를 쌀로 바꿔주고 정화시켜주는 성스러운 장소다.

방앗간과 경주는 모두 한국인의 정신적 원천으로, 우리에게 사라진 고향을 생각케 한다는 것.

2층 전시장에는 정미소와 연결된 6개의 기계장치, 원뿔 모양 구조물, 금속추 등이 돌아가고 있다.

쉼없이 돌아가는 기계와 함께 작가가 녹음한 바람소리, 매미 울음소리가 공간을 울리고 있다.

전시장의 넘치는 에너지와 소리는 초현실적이고, 제의(祭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난 7월 중순부터 50여일간 현장에서 작업을 벌인 작가는 "미술관의 외부와 내부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보고, 수공이 아니라 산업기술을 적극 활용해 창작활동을 벌였다"고 했다.

문의 054)745-7075.

김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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