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시아 학교 인질극 8명 사망

러시아에 테러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판 '9.11 테러'로 불린 여객기 2대 연쇄 폭발테러가 일어난 지 1주일만인 지난달 31일 모스크바의 한 지하철역에서 폭탄테러가 재발하고, 또다시 하루만에 러시아연방내 공화국인 북(北)오세티야에서 대규모 인질사건이 터졌다.

벌써부터 무장인질범들의 학교 점거과정에서 8명이 사망하고 여러명이 다쳤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고, 아직 붙잡혀 있는 인질 숫자만 학생과 학부모 등 모두 2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진압군과의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사건 발생 개요 = 인질극은 북오세티야 '베슬란'의 한 학교에 1일 오전 10시(현지시간)께 20여명의 무장괴한들이 침입, 학생과 학부모 등 250여명을 인질로 잡으면서 시작됐다.

베슬란은 북오세티야 수도인 블라디카프카즈로부터 북쪽으로 15㎞ 떨어진 곳으로, 이번 인질극 무대가 된 학교는 괴한들이 들이닥칠 당시 개학식을 막 끝내려던 참이었다.

무장 괴한들은 검은색 복장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자살용 폭탄 벨트를 차고 있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들은 총부리를 겨눈 채 운동장에 나와있는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를 건물안으로 들어가도록 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과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 RIA 노보스티 통신은 경찰관 1명 등 7명이 죽고 4명이 다쳤다고 보도했으나 이타르타스통신은 경찰관을 포함해 8명이 사망했다고 다소 엇갈리게 전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신학기가 시작되는 1일을 맞아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학교에 많이 나와있는 점을 이용해 무장 세력들이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했다.

인질로 잡혀있는 250여명 가운데 200여명은 1~6학년의 초등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무장세력은 15명의 학생들을 석방했으며 이에 앞서 사고 발생 직전 5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무장세력들이 인질들에게 학교 체육관에 집합시킨 뒤 바닥에 눕도록 지시했으며 그들 사이에 인질범들이 함께 누워있다고 전했다.

폭탄벨트를 찬 채 인질들 옆에 누워있는 무장괴한들 중에는 여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러시아 당국이 진압작전을 강행할 경우 인질들과 함께 자폭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무얼 요구하나 = 무장 세력들은 북오세티야와 잉구셰티야 대통령이 학교로 직접 찾아올 것과 잉구셰티야에 억류돼 조사를 받고 있는 반군들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무장세력들은 창문을 통해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있는 데, 체첸에서 러시아군의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도 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보도했다.

이들은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학교건물을 폭파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카즈벡 잔티예프 북오세티야 내무장관은 "무장단체들이 자신들 1명이 살해될때마다 인질 50명씩을 죽이고, 1명이 부상당하면 20명씩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북오세티야측은 종법학자인 루슬란 발가소프와 검사인 알란 바타고프를 학교에 보내 이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건물 진입을 거부당했다.

발가소프는 "무장세력들이 무라트 쟈지코프 잉구셰티야 대통령, 알렉산드르 자소호프 북오세티야 대통령, 소아과 의사인 레오니드 로샬라가 학교를 찾아올 것을 반복해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장세력들은 "오직 이들하고만 대화를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질범들은 누구일까 = 이번 인질 사건을 일으킨 무장 괴한들이 자신들의 신원을 밝히지 않아 인질극 주동자들이 누구인 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 6월 21~22일 잉구셰티야 침입후 잉구셰티야에서 붙잡힌 포로에 대한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점을 보면 체첸 반군의 소행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체첸 반군은 지난 6월21일 잉구셰티야의 관공서를 습격해 2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 반군 지도자의 대변인격인 아흐메드 자카예프는 1일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에서 "인질사태 뒤에 누가 있건간에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번 사태의 연루혐의를 일단 부인했다.

자카예프는 러시아 여객기 연쇄추락사건 때도 테러 개입을 부인했으며 이후 '이슬람불리 여단'이라는 이슬람 무장단체가 체첸을 돕고자 테러를 일으켰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이번에도 체첸 반군이 아니라 이슬람불리 여단 등 다른 무장단체가 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 발생한 모스크바 지하쳘역 폭발사건의 경우도 이슬람불리 여단이 사건 발생 하루만에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여객기 추락사건이나 지하철역 폭발 사건을 이슬람불리 여단이 일으켰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의 움직임 = 지난 31일 휴양지인 소치에서 프랑스, 독일과 3국 정상회담을 마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치에서 인질사태 소식을 듣고 모스크바로 급히 귀국했다.

푸틴 대통령은 도착직후 긴급 안보회의를 열었으며 사건 현장에 라쉬드 누르갈리예프 내무장관과 니콜라이 파트루쉐프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급파했다.

이와함께 블라디미르 야코블레프 러시아 남부 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도 베슬란에 파견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파견된 이들은 크렘린과 러시아군, 연방보안국(FSB)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사태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할지를 놓고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최근 잇따른 테러로 지하철역은 물론 핵에너지 시설 등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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