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지방이라는 굴레 벗기

최근 며칠 사이에 지방민들이 열받을 일이 잇따라 터졌다.

4년전, 대구가 어렵게 유치해 키워온 IMID(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 및 전시회가 내년에는 서울에서 열린다.

대구의 숙박 및 전시'컨벤션 시설이 세계적 행사를 개최하기에 열악하다는 것이 이유다.

일부 일리가 있지만, 반세기에 걸쳐 온갖 특혜 속에 번영을 누려온 서울과 지방을 단순히 비교한다는 것은 서울중심주의 발상 그 자체다.

이 때문에 IMID의 편의적 서울 이전은 모든 지방에 대한 부당한 모독으로 해석될 수 있다.

주최 측이 IMID를 대구와 함께 세계 최고의 학회로 키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묻고 싶다.

이번에는 '지방을 살리겠다'는 국가균형발전위에서 터진 가슴에 불을 질렀다.

10년간 규제해 왔던 수도권의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첨단업종으로 제한하는 단서를 달았다고.... 이것은 '알짜'는 수도권에, '껍데기'는 지방에 두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수도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수도권 규제 해제라는 카드로 거래(=빅딜)를 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으로 피폐해질 것에 놀라 수도권 주민들이 대거 지방으로 이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수도권의 반발은 기득권자의 과장된 엄살일 뿐이라는 해석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다.

솔직히 행정수도 이전의 경우 충청권을 제외한 영'호남에 미칠 긍정적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 역시 불확실한 것이 지방의 현실이다.

반면 수도권 규제 해제는 첨단기업 유치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온 모든 지방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서울을 중심에 두고, 그밖은 변두리라는 의미의 '지방'의 관념을 탈피하지 못하는 한 우리 지역민은 언제나 2류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이런 관념 탓에 수도권의 특혜는 당연시하면서 이웃한 도시끼리 제살 뜯어먹기 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닐까. 지방도시가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국제도시로 발전해야만, 이 불공정한 서울과 지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은 모든 지방도시의 과제다.

이런 측면에서 영남권 각 도시들은 파트너인 셈이다.

이제 영남권 각 도시들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핵심 인프라인 영남권 '허브공항' 실현에 5개 광역지자체가 마음을 모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혼자만 살겠다는 아집은 결국 서울의 변방인 지방의 부당한 굴레를 연장시킬 뿐이다.

석민(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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