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열린 여당의 경제정책토론회에서 쏟아진 현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은 한마디로 기업인들뿐 아니라 국민들이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민의(民意)'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피부에 와닿는 내용을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이 지적했다는 점은 다시금 새겨 볼 대목이 아닌가 싶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열린우리당이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과거사규명' 문제를 겨냥, "과거에 벌어진 일이 현 경제상황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이 얘기는 항해하는 배에 구멍이 나면서 물이 차올라 자칫 깔아앉을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임에도 그 배에 탄 사람들이 과거에 무슨 나쁜짓을 했는지 또는 그 사람들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누구누구인지를 거국적으로 따지려고 하고 있는게 과연 이 시점에서 바람직한가 묻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우선 물이 차오르는 배부터 고치는게 순서인 것은 삼척동자도 깨우칠 수 있는 일을 왜 거꾸로 가고 있는지 한심하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 나온 김에 과연 지금 이 시점에서 굳이 '과거사'를 끄집어 내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참으로 의아하다.
소득 1만달러에서 딱 멈춰 오히려 퇴보하려는 작금의 국가현실을 감안할때 모든 국가의 역량을 모아 2만달러로 전진해야 하는게 지금 우리들에겐 지상명제가 아닌가. 더욱이 지금의 현실은 2만달러는커녕 이대로 가다간 남미국가들처럼 거의 빈사상태가 될지도 모르는 최악의 경제상황에 처해 있지 않은가. 일부 대기업들은 수출호조로 번 돈을 투자는 않고 정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고 그바람에 중소기업들은 불원간 닥칠 도산공포에 떨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백화점도, 재래시장도 한결같이 장사 안된다 아우성이고 심지어 파출부들의 일거리마저 반으로 줄고 있는게 또한 서민경제의 참담한 현실아닌가. 오죽했으면 김대중 전 대통령마저 여당의 초선의원들이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가 어려울땐 정치 이슈는 끄집어 내지 말라고 당부했겠는가.
벌써 여당의 당 의장 부친이 일제 헌병으로 몹쓸짓을 했다는게 증인들에 의해 밝혀지자 당 의장직에서 물러났잖은가. 이게 바로 '신연좌제'가 아니고 뭔가. 그뿐인가. 노 대통령의 장인의 용공행적을 보수인터넷 언론매체인 독립신문이 다큐물로 다루겠다면서 증인들의 얘기를 수집하고 있다고 하자 청와대가 당황하고 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이렇게 되면 진보언론매체에서 가만히 있겠는가. 물론 여당쪽에선 친일행적과 60년이후 군사독재정권 아래서의 학정을 짚고 넘어가겠다는 계획이지만 야당쪽에선 그렇다면 용공(容共)행적까지 밝히자면서 달려들고 있잖은가. '과거사 청산'이 아니라 '피나는 싸움'이 전개 되면서 한바탕 광풍이 나라를 뒤흔들건 뻔한 이치 아닌가. 이런 판국이 전개되면 경제는 안중에도 없어진다.
그래서 이날 경제토론회에서 기업측에서 제발 경제에 전념해 달라는 하소연을 한결같이 주문하질 않았는가.
또 곧 닥칠 재보선이나 다음 총선을 의식, 여당에서도 부랴부랴 떠난 민심을 잡으려고 '개혁'에서 '경제쪽'으로 급선회 하는 모습을 보인 것 아닌가.
설사 감세정책이나 적자 예산편성 정책이 예상과 달리 소비를 진작시키지 못한다해도 지금부터라도 '우선 경제부터 살리겠다'는 확실한 믿음만 기업쪽이나 국민들의 가슴에 심어주게 되면 '위기'는 모면할 수 있다는 게 기업쪽의 진단이기도 했다.
그 전제로 기업인들보다 노조나 이익단체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반시장(反市場) 분위기를 잠재워주고 여당.청와대.행정부의 정책일관성을 주문했으며 '성장'을 얘기하다 '분배'쪽으로 선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게 그 대강이었다.
그런데 1일부터 열린 17대 정기국회에 임하는 여당의 분위기는 역시 '개혁'쪽에 무게를 두는 것 같아 이날 토론회의 간절한 주문이 헛사가 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한낱 기우로 끝나야 한다.
만약 이런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고 100일간의 회기동안 '국가보안법'이나 '과거사'문제등으로 여.야간 싸움질로 허송하다 결국 '경제'를 그냥 떠내려 보내 버린다면 민심은 더욱 싸늘해지면서 민생은 그야말로 되돌릴 수 없는 도탄의 나락으로 빠져든다는 사실을 정부.여당은 귀담아 듣길 바란다.
박창근(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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