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라(한국과 프랑스)에서 반미주의는 이성적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이다.
..미국에 대한 우리의 감정적 관계는 미국의 힘에서 나오는 현실적인 제국주의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다.
감정적 관계의 근원은 오히려 미국 문화에 대한 우리의 양면성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문화는 폭력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젊은 세대들을 유혹함으로써 우리의 전통적 가치들을 변화시켰다.
"
9.11 테러 3주년과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21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기 소르망(60)의 미국 문명 비평서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가 한국(문학세계사 펴냄), 프랑스, 미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기 소르망은 지난 196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인터뷰 기록, 현장조사여행 등을 통해 수집한 미국에 대한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좋든 싫든 우리가 이미 소비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미국산'인 만큼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친미나 반미를 넘어 미국을 바로 아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있는 모든 곳에 미국이 있다.
매일 우리는 미국적인 것들을 소비한다.
그러기에 미국이라는 강박적 존재는 이성적인 통찰보다는 감정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모든 것이 '미국산'이다.
"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외교 정책 등의 전 영역에서 미국이 새롭게 창조해낸 것들을 포괄하는 개념인 '미국 문명'을 다룬 이 책은 '미국 문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유럽과는 구별되는 미국의 독자적인 문명을 소개한다.
저자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미국 국민의 공통된 신념 이면에 존재하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두 진영의 대립을 다루면서 미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미국의 국론을 이끌고 있는 두 진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올해 초 미국 슈퍼보울 미식축구 경기의 하프타임 공연 때 CBS 텔레비전 채널을 통해 전국적으로 생중계된 가수 재닛 잭슨의 가슴노출사건과 뒤이은 일련의 논쟁들이 '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가슴 전쟁은 두 미국을 대립시킨 것이라기보다, 실제 존재하는 하나의 미국과 1950년대에 순수했다고 추정되는 미국, 즉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미국을 대립시킨다.
보수주의자들에게 있어 미래는 이러한 복원된 과거, 되찾은 시대에 있다.
..하지만 자유주의자들에게 있어 미래는 현재가 몰고 가는 모든 것을 포함한 현재인 것이다.
" 저자는 사형제도, 사회보조금, 소수인종 우대정책, 이민정책 등 1960년대를 대변하는 자유주의자들과 1980년대를 대표하는 보수주의자들이 부딪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양 진영의 시각을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소개한다.
미국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미국 사회와 문명에 대한 객관적인 성찰을 토대로 미국에 대해 제대로 알자는 기 소르망의 주장은 미국을 두고 첨예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지난 해 7월 산업자원부가 주최하는 차세대 성장산업국제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기 소르망은 한국 산업구조의 질적 도약과 이를 위해 필요한 기업의 혁신 및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열린 세계와 문화창조'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들' '신국부론' '사회주의 종말의 여로' '자본주의의 종말과 새세기' 등 수많은 스테디셀러를 낸 자유주의 성향의 문명비평가인 그는 '국제기아해방운동'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이대현 기자 sk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경선 일정 완주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가 지도자급'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