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쌀 협상 지레 포기하는 것 아닌가

농림부가 어제 쌀시장 관세 유예화를 대가로 수입 쌀 소비자 시판을 허용할 방침임을 밝힌 것은 농민들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예견된 것이긴 하나 동네 슈퍼나 가게서 수입쌀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면 쌀값 폭락과 함께 생산 기반도 붕괴돼 농촌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농림부 고위 관계자는 2일 "쌀 협상 참가국 대다수가 한국의 수입 쌀 시판 허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관세화 유예를 관철하려면 이를 수용해야 할 것 같다"고 쌀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그동안 협상 전략으로 지켜 온 소비자 직접 시판 불가 입장서 한발 물러선 것을 의미한다.

본란은 의무수입 물량(MMA)이 늘어나더라도 관세유예를 유지하고 소비자 시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농민들이 아직은 쌀 생산 구조조정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농림부가 너무 서두르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우루과이 후속 칸쿤회담도 기본 방향만 정해졌을 뿐 합의는 2005년 말로 연기됐다.

그 기본 골격도 미국과 EU,개도국들의 입장이 서로 달라 얼마만큼 지켜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농림부가 서둘러 쌀 시판허용 방침을 시사한 것은 정부의 협상 의지만 의심받게 할 뿐이다.

그렇잖아도 전국농민총연맹, 참여연대, 민노총, 환경운동연합 등 100여 농민 사회단체들은 쌀 생산량 목표치 법제화와 농지법 개악 중지를 요구하며 쌀시장 개방 반대 운동을 다시 본격화 할 움직임이다.

쌀 협상 관계자들은 상대국의 요구에 지레 휘둘려 포기할 것이 아니라 관세 유예화와 함께 시판 허용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고작 30%도 안 되는 식량 자급률이나마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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