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닫힌 건축행정' 아파트 업체 잦은 마찰

"층수·용적률 탄력적 운용을"

주상복합이나 아파트 신축을 둘러싸고 대구시.구청과 업체간 마찰이 잦아지고 있다.

가능한한 규제를 하려는 행정기관과 사업성을 더하기 위해 층수와 용적률을 늘리려는 업체간 시각과 주장이 상반된 때문이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구청이 지나칠 정도로 건축관련 규정이나 지침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분양일정이 늦잡쳐지는 등으로 주택업체들이 가뜩이나 좋지않은 분양시장에서 집을 파는데 애를 먹고, 관련 산업체들은 일거리가 줄어들거나 없어져 죽을 맛이다.

그러나 행정관청이나 일부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대구가 쾌적한 환경도시로 남기 위해서는 엄격한 건축규제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미래를 위한 개발이냐, 보전이냐를 두고 논란을 빚고 있는 대구시의 도시, 건축행정의 현주소와 나아가야할 방향을 살펴본다.

◆고층은 무조건 제한

대구시는 작년에 시행된 국토법을 바탕으로 시내 일반주거지역을 1, 2, 3종으로 세분화한 뒤 △1종=4층(높이 9.8m), 용적률 200% △2종=15층(초고고도 7층), 용적률 250% △3종=층수제한 무(최고고도 20층 이하), 용적률 280% 이하 등으로 종별 건물의 용적률은 물론 높이까지 조례로 제한하고 있다.

더욱이 대구시는 상업지역에서조차 법적 용적률(최고 1천300%)의 절반 아래서 주상복합 신축을 허용, 지금까지 대구에서 건축허가된 최고층 건물은 43층, 용적률은 690%이다.

이는 대구시가 해당 단지의 교통대책을 따지고, 대안을 마련하는 교통영향심의에서 건물의 높이와 용적률에 손을 대 의도적으로 층수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심의행정 둘러싸고 온갖 잡음도

건설.건축업계에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도시계획심의위 명단을 "대외비"라며 공개를 하지않고 있다.

이는 심의건별 심의위원 실명제를 도입, 심의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있는 구태로 관주도적인 도시계획업무를 추진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작년에 주상복합 건축심의를 신청한 모 업체에게 대구시청 건축관련 공무원이 "사전에 설계비를 지급하라"며 압력을 넣어 말썽을 빚었는가 하면 일부 심의위원들이 주택업체와 관련된 교통영향평가용역이나 건축설계사무소 운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또 어떤 심의위원은 사전에 건축주에게 사업의 일부 참여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일부 심의위원은 스스로가 "내가 아니면 교통영향평가든, 건축심의든, 도시계획심의든 절대로 통과할 수 없다"면서 자신을 알려 건축주가 찾아오게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특히 대구에서는 사전에 찾아가지 않을 경우 심의과정에서 해당 업체에게 상당한 불이익을 주는 목소리 큰 몇몇 심의위원이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관주도적 심의에서 탈피해야

주상복합(대우트럼프월드) 교통영향심의 때 조건부로 제시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최근 무산된 수성구 두산동 고가차도 건설 기부채납 건을 보면 교통영향평가가 얼마나 관 주도적, 강압적으로 이뤄지는지를 알 수 있다.

교평은 해당 단지내 교통난 해소책 마련이 목적인데 160억원을 투입, 엉뚱한 곳의 다리를 놓으라는 조건을 제시했는데도 반대 의견을 제시한 심의위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가 지난 6월 도시계획심의위원단을 새로 짜면서 각각 14년 및 7년째되는 특정인사를 두 사람을 재위촉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각종 심의위원 구성 때 대체로 말 잘 듣는 인사들을 '알박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도시의 경제성, 환경성 따져야

경북대 한 도시건축 관련학과 교수는 범어네거리를 비롯 삼덕네거리, 반월당네거리 등 기반시설이 충분히 갖춰진 결절(結節)지점에서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지역에서는 도시의 경관 관리상 의도적으로 층수를 높여 도시의 상징적 이미지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 동일용적률에서 건물 층수를 높여주면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충분히 구축되는 것은 물론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이 낮아짐에 따라 해당 단지의 조경면적이나 주민공동생활 공간이 넓어지는 등 환경성이 크게 확보된다는 것.

반면 일각에서는 도시.건축관련 조례나 지침을 완화하면 사업자들이 의도적으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할 경우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없지않다.

고층빌딩 허가는 집중교통량 유발과 함께 주변 저층빌딩이나 주택 등의 민원을 부르는 것은 물론 땅 소유자에게 개발이익금을 과다하게 주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남대 도시공학과 김타열 교수는 "아테네 등 전통적인 도시는 모두 저층 건축물이 주류다.

높이제한은 도시계획 차원에서 적절히 활용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범어네거리 등 지하철 역세권에서는 고층빌딩을 지을 경우 대중교통시설 확충을 선도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주변여건을 감안치 않은채 고층빌딩을 허용하면 민원발생과 함께 역(逆) 난개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완책 마련도 필요

관련법에서는 일반주거 1,2종지역의 경우 3천평 이상이면 지구단위계획 수립으로 1종씩 높여, 민원을 해소하고 땅을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구시는 물론 산하 8개 구.군청의 경우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이같은 방법으로 개발 여지를 더해준 곳은 없다.

따라서 시는 도시의 난개발 방지라는 국토법 등 관련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주변 민원이 없다면 당초 방침대로 주민의 재산가치증대와 업체들의 기업활동 지원 차원에서 지구단위계획을 적극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관련 교수들은 "현재 1,2종관련, 불합리한 점이 많지만 공무원과 심의위원들이 법의 취지만 잘 이해한다면 지구단위계획이나 도시관리계획변경으로 얼마든지 민원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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