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법원 국보법폐지론 비판, 개.폐논의 제동

국가보안법 폐지론을 정면으로 비판한 대법원의 2일 판결로 열린우리당과 진보진영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보법 폐지론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이 입법과정에서 강제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보안법 개.폐논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대법원의 판결이 특정 사안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세우는 준거가 된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더 우세하다.

특히 이번 판결로 보안법 폐지론자와 개정론자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지금까지 보안법 폐지론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들어 유재건(柳在乾), 조성태(趙成台), 안영근(安泳根) 등 중도성향 의원들이 개정을 전제로 한 존치론을 들고 나오면서 치열한 논리싸움이 전개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국보법 존치론을 옹호하고 나섬으로써 존치론자들의 목소리가 한층 더 힘이 실리게 됐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반응에는 당혹감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임종석(任鍾晳) 대변인은 2일 "아직 당론을 정하지 못해 논평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판결 자체는 기존의 보수적인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새로운 게 없다"며 판결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고 했다.

그러나 개정론자들은 이번 판결로 국보법의 폐지 아닌 개정이 시대상황에 맞다는 자신들의 주장이 뒷받침됐다며 개정 주장을 더 힘있게 밀고 나갈 태세다. 중도성향 의원들이 개정론을 들고나온 것은 열린우리당이 좌파적 실험에 쏠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보법 마저 폐지할 경우 보수진영 뿐만 아니라 중도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도 외면받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임종인(林鍾仁), 임종석(任鐘晳), 우원식(禹元植) 의원 등 전면 폐지론자들은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폐지주장을 계속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종인 의원의 경우 보안법 폐지.형법 보완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국보법을 없애도 현재의 형법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시대에 기초한 형법으로는 안보위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반대논리에 큰 힘이 실리고 있어 곤혹스러운 형편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개정당론이 큰 힘을 받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3일 "대법원이 국보법 폐지주장에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면서 "폐지주장을 하고 있는 여당과 시민단체는 북한이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국보법 개정을 여야 합의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도 "한국의 안보현실을 우려한 대법원의 판결을 거울삼아 국보법 문제에 대한 최선의 당론을 모아보겠다"면서 "다만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의 부분 손질을 통해 모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는 법으로 가다듬겠다"고 말했다. 정경훈.박상전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