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상승세가 무섭다.
중화(中華) 패권주의를 위해 남의 나라 역사까지 통째로 집어삼키려 하고 경제적으로는 수교 후 12년 만에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 됐다.
국제적으로도 아테네올림픽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스포츠강국으로 등장했고, 세계의 공장에 이어 가장 큰 소비시장으로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중요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중국의 급부상에 따라 이제 용중(用中)이 우리의 과제로 등장했다.
우리의 실리와 생존을 위해 중국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게 문제다.
용중에 앞서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게 중국을 바로 아는 지중(知中)일 것이다.
중국인 병법가 손무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하지 않았던가.
◆ '하나의 국가'로 생각하면 오산
지중 차원에서 '중국 각지 상인'은 무엇보다 흥미롭다.
중국 24개 지역 상인들의 성격과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상인종(商人種)'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상술을 지닌 중국 각지 상인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덤벼들었다간 고배를 마시기 일쑤라고 저자는 경계한다.
거꾸로 말하면 천양지차인 현지의 특성과 문화 차이를 잘 알고 가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 '잘 익은 고기가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는 중국 속담처럼 중국 상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친분을 쌓을 수 없고 거래하기도 어려우며 성사시킨 거래마저 자칫 허공으로 날아가 버릴 수 있다고 귀띔하고 있다.
우선 대구와 자매결연을 맺은 칭다오(靑島)가 속해 있고, 지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산둥(山東) 상인들은 어떤 기질을 갖고 있을까. 연인과의 약속을 지키려 다리 아래서 기다리다 불어난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전국시대 산둥 사람 미생(尾生)의 얘기에서 보듯 산둥 상인들은 이익보다는 의리에 밝다.
또 장사를 할 때 양심을 속이지 못하고 친구를 배신하지 못한다.
규율을 잘 지키고 착실한 것이 산둥 상인들의 장점이라면 고지식하며 모험을 하지 않는 것은 단점이다.
"산둥의 경제는 술의 바다 위에 떠 있고, 산둥 사람은 이 바다의 선원"이라고 농을 할 정도로 산둥 상인은 술을 좋아하는 만큼 산둥에 들어가 사업을 시작하려는 외지 사람들은 튼튼한 술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저자는 충고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수도라 할 수 있는 상하이(上海) 상인들. 서양 문물이 유입된 창구 역할을 해온 상하이 상인들은 치밀한 성품과 실용주의적 정신을 갖고 있다.
까다롭게 따지고 확인하지만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이를 엄히 지키며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다.
이는 체면과 형식을 중시하는 베이징(北京)과 다르다.
중국 전통문화와 계획경제의 흐름을 무시할 만큼 자유분방한 곳이 상하이다.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둥베이(東北) 상인들은 전형적인 중국 북방 기질을 지니고 있다.
'체면이 서는 일이라면 터진 바지 밖으로 엉덩이가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호방하다.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함지박만한 사발로 상대가 기절할 때까지 술을 권하곤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업할 때는 자신만만한 그들의 '허풍'을 조심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충고다.
호방한 만큼 속임수가 과감하고 사기를 쳐도 적은 금액은 시도조차 않는다는 것.
◆ 현지 문화·특성 등 파악 우선
반면 광둥(廣東) 상인들은 금전관이 확실하다.
'어떤 격식에도 구애받지 말고 돈을 벌라'는 격언에 충실하다는 얘기다.
돈을 벌지 못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 돈만 된다면 하늘이라도 뒤흔들 사람이 바로 광둥 상인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창의적 아이디어 개발에 뛰어나고 새로운 영역에 용감하게 도전하며 자기 알리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농업을 중시하고 상공업을 천시해 경쟁 자체를 꺼리는 쓰촨(四川) 사람들은 거래에서도 군자의 품위를 지키려 하며 한 번 속인 사람은 절대로 믿지 않는다.
홍콩(香港) 상인들은 돈이 인생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며 따라서 '싸워서 얻는다'는 말처럼 진취적으로 돈을 벌려 한다.
중국 신지식인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올해 35세의 저자는 결론적으로 중국을 상대할 때 '하나의 국가'를 상대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誤算)이라고 조언한다.
하나의 국민이 아니라 수많은 민족, 종교, 문화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중국 사람과 장사하려면, 더욱이 중국 현지에서 성공을 꿈꾼다면 반드시 상대의 독특한 성격, 기호, 문화를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자신을 알고 적을 알아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으니까요."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