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성악의 '즐거운 파격' 이 깐딴띠

남성 중창은 매력적인 편성이다. 아랫배 저 밑에서 울려 퍼져 나오는 베이스와 바리톤 남저음(男低音)이 깔리고 그 위에 테너의 화려한 고음이 나래를 편다. 남성중창단 '이 깐딴띠(I Cantanti)'. 요즘 대구에서 가장 바쁜 음악단체라는 데 이견이 없겠다.

이 깐딴띠는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학교 다닐 때는 노래하겠다고 부모 속 깨나 썩인 이도 없지 않겠지만 이제는 하나같이 노래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이들이다.

이 깐딴띠는 7명의 테너(조우석 여정운 김성빈 김혁수 김현준 신상하 남상욱)와 4명의 바리톤(이인철 김기수 김상충 왕의창), 3명의 베이스(홍명수 김찬영 홍성원) 등 14명을 멤버로 두고 있다.

공식적으로 이 깐딴띠는 대구 중구청 소속 남성중창단이다. 지난해 5월 첫 결성된 뒤 두달 뒤 이 깐딴띠라는 이름으로 정식 창단했다. 창단 이후 1년여 동안 이 깐딴띠는 모두 60여 차례 연주회에 참가했다.

이 깐딴띠는 요즘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각종 음악회의 섭외 1순위로 꼽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이 깐딴띠가 정통 성악곡은 물론이고 팝·영화음악·가요 등 장르를 넘나드는 40∼50곡의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깐딴띠의 무대는 재미 있다. 이들은 '즐거운 파격'을 담아낸다. 성악곡에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점을 이들은 보여준다.

헤비급 덩치를 지닌 성악가가 앙증맞은 장난감 기타를 들고 무대에 서서 몸을 흔들며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렇다고 해서 이 깐딴띠가 이벤트성 음악적 유희나 대중성에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스스로의 음악적 고향이 클래식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리더 이인철은 "예술성 높은 음악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최종 지향점"이라며 "클래식은 딱딱하고 근엄하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성악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습관에 익숙한 성악가들로서는 때로 자기 소리를 죽여야 하는 중창에 익숙지 않았고 레퍼토리 개발도 쉽지 않았다.

클래식 가수인데 때로 대중음악을 하는데 따른 성악계의 곱지 않은 시선도 부담이었다. 그러나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즐거운 음악회를 열겠다는 목표 의식이 오늘날의 이 깐딴띠를 있게 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이 있지만, 남자라 할지라도 14명이 모이니 요란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입심 센 사람들이 많은 이 깐딴띠가 있는 자리는 경상도말로 '분답다'. 하지만 즐겁고 유쾌하다. 다른 멤버의 목소리를 빛내 주기 위해 자기 톤을 낮출 수 있는 인화만이 중창단이 유지되는 원천임을 모두 잘 알기 때문이다.

음악단체로서의 수익은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니다. 그래도 다른 단체에 비하면 연주회가 많다보니 스스로의 표현대로 '차비' 정도는 번다.

언젠가는 이 깐딴띠의 활동만으로도 생활이 되는 꿈도 꾸어본다. 요즘에는 이 깐딴띠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어 부담이 더욱 크다.

이 깐딴띠는 중구 봉산문화회관에 연습실을 두고 평소에도 1주일에 한 번은 꼭 모여 연습을 한다. 리더 이인철은 사람 좋기로 소문났지만 연습에 빠진 단원은 무대에 세우지 않는다.

이 깐딴띠는 오는 10월 19일 봉산문화회관에서 '제1회 정기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 1년 동안 불렀던 곡들 가운데 반응이 좋았던 레퍼토리 중심으로 관객들에게 음악적 즐거움을 선사할 생각이다.

인터뷰 중 이 깐딴띠를 소개하는 리플렛 인사말 말미에 쓰여진 문구에 눈길이 갔다. 그들의 음악적 지향점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어 옮겨본다.

'tanti auguri'('여러분에게 축복을'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김해용기자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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