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발 앞둔 월배지구 '알박기' 기승

대구 달서구 월성.월암.유천.대천.상인동 일대 120만1천여㎡ 부지(옛 월배공단)의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속칭 '알박기'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지역은 개발 계획에 대한 주민열람.공고와 의견 청취, 대구시의 교통영향평가 심의, 구청 도시계획.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10월쯤 월배지구단위 계획안이 결정 고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아파트 업체들의 부지 매입때 비싼 값으로 되팔기위해 투기꾼들이 몰려 땅을 사들이고, 이때문에 땅값도 평당 50만원 이상이나 오르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월배지구단위계획지구 지주협의회는 7, 8일 이틀 동안 1천여명의 지주들에게 '알박기꾼들에게 땅을 팔지말라'는 편지를 일일이 보냈다. 전문 투기꾼들이 아파트용지로 지정된 땅의 일부를 매입한 뒤 턱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서 버틸 경우 아파트사업 자체가 무산되고 지주들이 엉뚱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주 김모(57)씨는 "얼마전 비싼 값을 쳐줄테니 땅의 일부라도 팔아라는 부동산 브로커의 전화를 받았지만 거절했다"며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가 이미 땅을 판 지주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주 이모(45)씨도 "서울 등지에서 브로커들이 내려와 땅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며 "땅 값도 계획안 발표 이전보다 평당 50만원 이상 뛰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알박기꾼은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지않게끔 땅을 매입한 뒤에도 등기 이전을 하지않아 지주협의회측에서도 전혀 파악이 되지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아파트개발을 위해 건축 시행사들과 연계된 부동산업소들이 땅 매입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업소간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지주들간 다툼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이 과정에 일부 조직폭력배들도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협의회 한 관계자는 "알박기로 인한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아파트 건설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주를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며 "땅값만 1조원이 넘는 월배지구의 개발이 순조롭게 추진돼야 대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교부는 올해안에 주택법을 개정, 고가 보상을 노린 '알박기'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토록 하는 '매도청구권'을 부여해 알박기를 뿌리뽑을 방침이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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