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내탓'이로소이다

88서울올림픽 직후 우리나라는 엄청난 홍역을 치렀다.

노조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본격적으로 제몫찾기에 들어갔었다.

올림픽 직후의 자신감은 흥청거림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에도 과거사 청산을 둘러싸고 대립과 갈등이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89년 9월부터 천주교회가 중심이 되어 '내 탓이오'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약 2년간 이 운동을 통해 43만장이 넘는 계몽 스티커가 배부되었고 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 탓이오' 운동의 본질은 신뢰회복운동이었다.

그러나 더 본질적으로는 각자 행동에 대한 자기책임의 원칙을 확인하고 주인의식의 함양을 통해 민주적이고 선진적 사회를 이루고자 했던 의식개혁, 사회개혁운동이었다.

지금도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내 탓이오' 운동이 좀 더 탄력을 받아 범국민적 '새정신운동'으로 승화되지 못한 것이다.

만약 그 때 그렇게 됐다면 우리 사회는 물적 팽창을 이룬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정신문화 등 질적 성장을 통해 지금쯤 선진사회로 진입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책임의식, 주인의식이 결여된 천민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는 결국 97년 말 IMF환란을 맞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는 자신의 불우한 처지나 불행의 원인을 '나 와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서 찾으려 한다.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를 마녀사냥하듯 집단적으로 돌팔매질을 해댄다.

그런 흥분과 비이성적 열정의 웅성거림 속에서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은 오히려 '공공의 적'이 되고 만다.

오늘의 우리사회를 보자. 노동자들은 기업을 탓한다.

기업은 노조와 노조 편을 드는 정부.여당을 탓한다.

국민들은 정치권을 탓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언론을 탓하고 과거를 탓한다.

언론은 정권을 탓한다.

상대방 탓만 하며 끝없는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이제는 누군가 먼저 용기 있게 나서야 한다.

"내 탓이오! 진정 내 탓이로소이다!"라고 소리쳐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8년 가까이 정체의 늪에 빠져있고 미래에 대한 비전은 잘 보이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 친노와 반노로 나뉘어 서로 손가락질해대고 있다.

이런 때야말로 '자제와 화합과 봉사'의 새정신운동이 필요하다.

그 뿌리는 물론 주인의식이다.

19세기 말 영국의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는 온 세상을 보고 이렇게 소리쳤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이라고.박철언 전 정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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