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정권 시절 통행금지가 없어지던
날 사람들은 밤새껏 거리를 질주했었다.
진작 통금이 없어져도 되었을 것을 우리
는 하루 24시간중 4시간을 빼앗기며 살았
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 당시 통금해
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특히 지금은 뭐가 뭔
지 객관적인 판단 자체를 상실한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진행된 일련의
일들이 그렇게 몰고 가는 듯한 분위기 속
에서 진행되다 보니 과거의 판단 자체를
수구? 보수? 냉전의 사고로 치부하는 것
이 무슨 유행처럼 되어 버린 것 같다.
최근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국가인권
위원회, 대통령 그리고 대법원, 헌법재판
소, 법무부 등이 폐지와 수호 주장으로 의
견이 양분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
보안법위반혐의로 기소된 김모씨가 국보
법 제7조(찬양'고무죄)등에 대해 낸 헌법
소원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남북분단
이라는 특수상황에서 국보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헌재의 일관된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어 국보법위반혐의로
기소된 이모씨 등 전 한총련 대의원 2명
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함으로써
헌재와 사법부는 국보법의 유지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재판부는 정치권의
국보법 폐지론을 거론하면서, 남북한 사
이의 교류'협력이 이루어 지고 있다고 해
바로 북한의 반국가 단체성이 사라졌다거
나 국보법의 규범력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고, 앞으로도 북한이 우리 체제를 전
복시키고자 시도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나라의 체제
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것
이므로 국가의 안보에는 한치의 허술함이
나 안이한 판단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하여 대통령은 국보법이 과거
독재시대의 산물로서 악용되었으며, 이
법을 법리적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독재시대의 유물이니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차에 북한은
민족화해협의회 성명을 통하여 보안법을
철폐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며 보안법
찬성자에게는 방북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실제로 국보법은 지난 91년도의 개정을
통하여"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는 본 법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
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 해석하
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
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
니 된다"(제1조2항)고 못박음으로써 그
남용의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 더구나 정
권이용적 요소가 사라진 지금과 같은 시
기에는 과거의 악용사례를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이제 국보법은 명실공히 국
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
하는 데만 적용될 수 있는 법이어야 할 것
이다. 실제로 91년 이후 정권보호용으로
진행된 국보법 위반사건수사는 없었으며
소위'공안정국'시기에도 정권유지용이
라는 주장은 없었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
의 설명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김대중 정
권 이후 그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한
다. 따라서 독재정권 때 국보법이 악용되
었다는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오늘날
문명국가치고 이러한 법을 가진 나라가
없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오늘날 문명
국가치고 한반도와 같은 특수상황이 또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을 할 수 있을 것
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보법의 존치
및 폐지문제는 그러한 여건이 성숙할 때
과거 통행금지를 없애듯이 저절로 필요
없게 될 시기가 도래할 것이나, 현실적으
로 인권보호 등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개
정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된
다. 또한 국민여론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
라 할지라도 국보법에 관한 대다수의 여
론동향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
다.
세상 일이란 언제나 상대적인 요소가
있게 마련인데, 북한의 경우 진정 민족화
해의 정신에서 공동번영을 원한다면 그
쪽에서도 할 수 있는 과감한 대응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 대법원의 견해처럼 우
리 스스로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가져오
는 조치에는 여간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국가보
안법이 사문화(死文化) 될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이 홍 욱 대구가톨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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