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진건의 소설은 경북 방언의 보고

"현진건의 소설들은 1세기전 경북 방언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보고(寶庫)다.

"

대구 출신으로 '빈처' 등의 소설을 통해 한국 근대문학을 개척했던 빙허 현진건(1900~1943·사진). 1920년에 발표된 그의 소설들에는 당시의 경북 방언이 상당수 반영됐으며, 이를 통해 경북 방언의 변화상을 추적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글학회 대구지회(지회장 홍사만)가 11일 오후 대구교육대학교 제1강의동 102호실에서 개최하는 제205차 논문발표회에서 김태엽 대구대 교수는 '1920년대 현진건 소설에 나타난 경북 방언'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주최 측에 미리 보내온 논문을 통해 "현진건이 쓴 많은 소설 중에는 경북 방언이 반영된 작품이 더러 있다"며 '희생화' '빈처' '고향' '지새는 안개' '신문지와 철창' '황원행' 등의 소설에 나타난 경북 방언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현진건 소설에 나타난 경북 방언은 20세기 전반기의 화자들이 사용했던 방언으로 방언의 보수성을 감안하면 지금의 이 지역 화자들이 사용하는 방언과는 1세기 이상이라는 시간상의 거리가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김 교수는 소설에 비교적 많이 나타나는 '-ㄴ기오'(어데꺼정 가는기오?)와 같은 의문어미는 오늘날 이 지역 방언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대신 '-ㄴ교'의 형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20년대 이 지역에서 널리 사용된 '-ㄴ기오'의 형태는 1920년대 이후부터 1960년대 사이에 '-ㄴ교'의 형태로 축약돼 오늘날까지 사용된다는 것이다.

반면 소설 속에 나오는 '-고'(내가 무슨 죄고?)와 '-노'(와 잡고 설치노?) '-나'(지랄 안 하나?) '-구마'(모친꺼정 돌아갔구마) '-매로'(송아지매로 와 이리 끄노?) '-꺼정'(나도 서울꺼정 가는데) '-보담'(궁뎅이를 팔랑개비보담 더 가볍게 흔들고 돌리고 하였다) '-캉(와 니캉 씨름할라카나?) '카다'(밥을 싸 가지고 갈라캤구마) 등은 1920년대 이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1920년대 현진건 소설에 나타난 경북 방언의 문법 형태 대부분이 오늘날의 이 지역 방언에 그대로 사용되고 있으나, 부분적으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며 "이는 비록 보수성이 강한 방언이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변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의의를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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