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상의 미학

정순복 지음· 예전사 펴냄

"그때 그 시절, 달걀과 바나나는 너무나 귀한 먹을거리였다.

달걀 한 알이라도 혼자 먹어보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시절, 난생 처음 바나나를 먹어 보고 눈이 부시게 감동했던 그 시절.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는 시절이었다.

지금은 가히 천지 개벽이다.

이제 달걀과 바나나는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싸구려 음식이 됐다.

"

'일상의 미학1'의 저자 정순복 교수는 달걀과 바나나에 대한 우스꽝스런 인식 변화를 통해 18세기부터 시작된 아름다움과 예술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를 설명한다.

이 시기를 거치며 객관주의 미론은 주관주의 미론으로, "합리적인 인간 기술활동의 소산"이라는 고전적 예술 개념은 "상상력에 의해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인간 감정의 표현 활동"이라는 근대적인 예술 개념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단편적인 일상과 기억 그리고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미학의 특성과 개념, 미학 이론들을 풀어낸다.

저자의 일상적인 체험을 제시하고 여기에 미학적 해석과 이론을 더한 후 다시 체험담으로 마무리하는 식이다.

또 각각 주석을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가 인도하는 일상의 미학을 따라가다 보면 미학은 더 이상 어려운 학문이 아니다.

미학은 우리의 일상과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이 된다.

저자는 미국실용주의 미학자 듀이의 말을 빌려 "일상은 소중한 의미들로 충만해 있으며 아름다움을 얼마든지 캐낼 수 있는 보배"라고 말한다.

"함박눈과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을 간단없이 경험하는 일상 그 자체가 미학이고, 자연과 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생명 기운들을 들추어내고 있는 미학 자체가 일상"이라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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