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는 테러리스트들을 양산시키는 과격신앙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기실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종교이다.
신비주의적 이슬람 종파로 알려진 '수피즘'(Sufism)을 소개한 책 '숨겨진 보물을 찾아서'가 나왔다.
'삶과 죽음의 연금술 수피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수피 지도자 중 한 사람인 피르 빌라야트 이나야트 한이 썼다.
수피즘은 이슬람 신앙의 형식주의와 행위의 표면만을 보고 심판하는 이슬람법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돼 8세기 이후 이슬람 시아파에서 나타난 신앙이다.
금욕·고행을 중시하는 개인적 신비 체험을 바탕으로 한 수행방법을 중시한다.
수피즘은 인격적인 유일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인간과 신은 궁극적으로 하나라는 '신인합일'(神人合一) 사상 체계를 정립했다.
수피 현자는 하느님을 세계에서 격리된 존재로 상상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하느님 안에 있는 세계는 하느님이고, 세계 안에 있는 하느님은 세계 아닌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말로는 '신의 영광'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내심은 지옥이 무서워, 또는 천국이 그리워 신에게 예배한다.
한 수피 사상가는 이렇게 기도했다.
"! 하느님. 제가 만일 지옥이 무서워서 당신을 예배한다면 저를 지옥불로 던지소서. 제가 만일 낙원에 가고 싶어서 당신을 예배한다면 저를 낙원에서 추방하소서. 그러나 제가 만일 오직 당신만을 위해서 예배한다면 당신의 영원한 아름다움을 거두지 마소서."
수피즘은 어떤 면에서 도발적이다.
수피 사상가들에게 있어 무하마드는 스승일 뿐 구세주는 아니다.
모든 영혼이 저마다 제 안에 있는 신성한 메시지의 근원을 모시고 있는 만큼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 즉 구세주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수피 수행자들은 거짓 자아에서 벗어나 신성이 함께함을 체험함으로써 참 자유를 얻으려 한다.
구원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수피 현자들은 '죽기 전에 (거짓 자아가) 죽어 지금 부활하라'고 가르친다.
수피즘에는 '미래의 천국'을 보장받으려고 '현재'를 지옥으로 만드는 야만 행위가 들어설 틈이 없다.
또한 종교와 민족을 초월한 보편적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전체 인류는 하나의 몸이요, 모든 나라와 민족·공동체들은 한 몸의 서로 다른 지체이다.
'겨진 보물을 찾아서'는 구도에 들어서는 입문서이다.
저자는 유명한 수피 사상가들을 가상의 공간에 불러 내어 문답 형식으로 그들의 가르침을 전해주며, 영적 여정에 동행할 것을 권한다.
책을 읽다보면 수피 현자들의 말과 부처·노자의 가르침, 기독교 신비주의인 하시디즘 등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진리는 통하기 때문이리라.
역자(이현주)가 기독교 목사라는 점도 이채롭다.
이현주씨는 '이 아무개'라는 필명 아래 동양사상과 관련된 글을 많이 집필하고 있다.
진리는 애초부터 표현될 수 없는 것인데 말과 글로 표현하다보니 책에는 상징적인 은유와 시적 언어가 가득하다.
그래서 어렵다.
찬찬히 곱씹어가며 읽어야 할 책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