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1시 동산의료원 대강당. 원목실에서 일하는 한미라(37·여)씨의 피아노 반주와 대구 CBS여성합창단 지휘자 최성진(53)씨의 노래지도에 맞춰 8명의 의사들이 목소리를 조절하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계명대 의대교수 14명으로 구성된 '동산의료원 교수 중창단'의 단원들. 이날 연습에는 수술일정이 잡혀 있지 않은 단원 모두가 참석했다.
지난 1989년 창단된 의사 중창단에는 외과와 피부과, 정신과, 내과 등 다양한 분야 교수들이 참여하고 나이도 3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까지 골고루 섞여 있다.
동산의료원 피부과장으로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던 중창단 회장인 이규석 교수는 "병원에 근무하면서 환자들에게 진료 외에 무엇인가 도움이 될 것을 찾다가 노래를 좋아하는 의사들이 의기투합, 노래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연습을 거듭하면서 실력도 늘어 창단 이래 해마다 서너번 대강당에서 공연을 가졌으며, 매달 대구지역 교회를 돌며 노래를 선물하고 있고 병원 및 학교에 행사가 있으면 단골로 불려 다니기도 한다.
단원들은 "교회성가대 사람들이 종종 우리 노래를 듣고 '의사 대신 가수가 되면 어떠냐'고 할 때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에 있는 정기연습 때 대강당 문틈으로 조금씩 새어 나오는 자신들의 노래소리에 지나가는 이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병원 부원장에서 전임강사까지 다양한 지위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며 "시간을 따로 내기 힘들어 점심시간을 이용해 1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고 전했다.
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종교를 믿어야 한다는 제한이 없지만 대부분이 기독교 신자이며 일부는 성당에 다닌다.
자연히 부르는 노래도 복음성가 등 종교음악 위주다.
이 교수는 "'생명수의 샘물', '빈들에 마른 풀같이'와 같은 종교음악 뿐 아니라 '비목', '그리운 금강산' 등 가곡까지 50여곡을 소화할 수 있다"면서 "모두 노래방에 가면 마이크를 잡고 놓지 않을 정도로 노래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며 미소를 머금었다.
이들은 내년 봄 계명대에서 공연을 할 계획이며 공연요청이 들어오면 복지단체나 환자들이 원하는 곳에 기꺼이 갈 예정이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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