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구 임대주민 '거리 내몰린다'

체납·압류 잇따라...30%가 퇴거 대상

"여기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합니다."

오랜 불황이 이어지면서 임대료가 체납되거나 보증금이 압류돼 영구 임대아파트에서 조차 살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리는 이들이 늘고있다.

10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월성주공 3단지 아파트에서 만난 이모(72) 할아버지. 그는 며칠뒤 유일한 보금자리인 영구임대 아파트를 떠날 생각에 하루하루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이씨는 "보증금 186만원, 월세 9만원으로 13평 아파트에서 근근히 살아왔는데 명의를 빌려준 카드 빚을 동생이 갚지 못해 카드회사로부터 보증금 가압류 통고를 받았다"며 "홀몸노인인 내가 이제 여생을 마감할 곳은 여인숙이나 양로원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그는 월 16만9천원을 받는 것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이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전체 1천400여 가구 가운데 올들어 지금까지 63가구가 임대계약을 해지했는데 이 중 적어도 20여 가구는 보증금 압류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발적으로 계약을 끝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다른 가구들도 이와 비슷한 형편으로 이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임대아파트인 달서구 상인동 비둘기 아파트(2천825세대)와 본동 주공아파트(1천234세대)도 올들어 계약해지를 한 가구가 86가구와 46가구에 이르며, 이중 상당수가 은행이나 카드회사 등으로부터 보증금을 압류당해 집을 비운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임대료 및 관리비 체납도 급증하고 있다.

대구도시개발공사에 따르면 8월말 현재 공사가 관리하는 대구지역의 영구임대 아파트 6천800여 가구 중 근 10%인 650가구가 임대료를 6개월 이상 내지 않고 있으며, 이중 100가구는 1년 이상 임대료를 체납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불황이 이어지는 탓인지 임대차 계약의 해지 요건인 3개월 이상 체납한 가구 수가 전체의 30% 이상이나 되고 있다"며 "지난해보다 체납 가구수가 많이 늘고 있지만 강제 퇴거 등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병고 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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