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이 있는 가정은 모든 생활이 수험생 중심으로 진행된다.
교실과 고사장에서 직접 뛰는 것은 학생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가족들도 그 곁에서 함께 달린다.
그래서 입시는 한 가정의 총력전이라고 한다.
가족은 수험생의 사기를 북돋워 줄 수도 있지만, 수험생을 성가시게 하거나 초조하게 하여 공부에 몰두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수능시험이 다가올수록 가족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수능시험에 대한 압박감이 점점 높아지는 지금, 가족들은 수험생을 현명하게 뒷바라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 다시 한 번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는 자녀가 다소 못 마땅해도 잘 참는다.
그러나 어떤 계기로 감정이 폭발하면 자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만다.
간혹 어머니나 아버지 친구의 자녀, 혹은 친척의 자녀를 들먹이며 본받으라고 윽박지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의 꾸중은 십중팔구 아무런 효과도 거둘 수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남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꾸중은 수험생의 모든 의욕을 꺾어버리고 반항심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유언비어성 정보에 현혹되지 말라
정보가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공유되는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의 부족보다 정보의 과잉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입시와 관련된 정보가 특히 그렇다.
특히 막판 과외에 대해서는 온갖 소문이 떠돈다.
누구는 지난해 보름 과외로 어느 과목을 만점 받았다더라, 올해는 어느 책에서 나온다더라, 어느 학원은 어떤 과목을 잘하고 어느 선생은 무엇이 유명하다더라. 게다가 구체적인 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는 논술이나 심층면접 등에서는 이런 허위 정보가 학부모의 판단력을 더욱 흐리게 한다.
대책이 막연한 것일수록 헛소문이 많이 돌고 손에 잡히지 않는 내용일수록 과외 단가는 올라간다.
한 입시전문가는 "요즘은 학교에서도 여러 정보들을 수집하여 그 진위를 가리는 작업을 합니다.
확신할 수 없거나 미심쩍은 점이 있을 때는 담임 선생님이나 공인된 전문가에게 물어야 합니다.
그러나 유언비어성 정보일수록 은밀하게 생산되어 유통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피해자는 신분 때문에 그 사실을 숨기는 경향이 있어 매년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라며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다면 먼저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침은 꼭 먹게 하라
올해는 0교시 수업이 폐지돼 수험생들의 등교시간이 좀 늦어져 아침 식사를 하고 오는 학생이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습관적으로 아침을 거르는 학생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가능하면 아침을 먹게 해야 한다.
아침을 거르면 오전에는 몽롱한 상태라 집중하기 어렵고, 점심때 폭식을 해 오후 시간 졸음을 견디기가 어렵다.
아침을 거르면 하루 종일 비몽사몽의 상태로 지내기 쉬운 것이다.
잠에서 깨 바로 식사를 못 하면 학교에 가서라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것이 좋다.
아침 식사를 하는 학생이 일반적으로 성적이 높다는 사실은 여러 조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잠은 필요한 만큼 자게 하라
아직도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이란 말을 금과옥조로 신봉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잠은 개인차가 있지만 대다수 수험생은 4시간 자고는 견디기 힘들다.
밤에 충분히 자지 않으면 수업 시간에 졸 수밖에 없다.
수험생의 가장 달콤한 휴식은 잠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생활이 즐겁지 않고 집중력과 학습의 생산성은 떨어진다.
가정에서는 몇 시간 자야 한다고 말할 게 아니라 충분히 자고 깨어있는 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하라고 말해야 한다.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적어도 6시간 정도는 자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독서실에 간다면 이유를 알아보라
집의 여건이나 분위기가 독서실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가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집에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독서실을 고집하는 학생들도 적잖다.
학생들이 흔히 집에 있으면 TV나 컴퓨터와 같은 유혹 요인이 많고, 자고 싶은 유혹을 이기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집에서 이런 장애 요인을 극복할 수 없다면 어디에 있더라도 공부에 전념하기가 어렵다.
독서실에 가는 많은 학생들은 실제로는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다.
부모님이 내내 쳐다보는 눈길을 피하고 싶다는 것이 큰 이유고, 집에 혼자 있으면 불안하지만 친구가 곁에 있으면 위안이 된다는 것이 또다른 이유다.
부모의 잔소리를 피해, 동병상련의 친구를 찾아 마음을 편히 하기 위해 독서실에 가는 것이다.
자녀가 독서실에 가려 한다면 이런 점을 잘 헤아려 보고 독서실을 생산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서 11시 넘은 시간까지 자율학습을 하고도 그 후 또 독서실에 간다.
이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독서실에서 밤 새벽 한 두 시까지 있다는 것은 활력 있는 수험 생활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독서실 생활로 인해 야행성 습관을 가진 학생은 어떤 경우에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온 가족이 낙관적인 자세를 가져라
시험이 다가오면 많은 어머니들이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여 철학관 같은데서 자녀의 입시 결과에 대해 물어 본다.
스포츠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를 보듯이 가볍게 넘기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일부 학부모는 그대로 믿어버리기도 한다.
특히 실패하리란 이야기를 들으면 안절부절하며 그 이야기를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해 입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수성구 A고 어느 교사가 고3 담임을 할 때 시험을 한 달 정도 남겨 둔 어느 날 한 어머니가 파랗게 질려 찾아왔다고 한다.
이유는 점을 쳐 봤더니 올해 입시에서 아들이 실패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교사는 그 사실을 수험생에게 절대로 말 못하게 하고, 아들을 합격시키고 싶으면 점쟁이가 올해는 무조건 소원 성취하겠다고 하더라고 거짓말을 하라고 했다.
그 어머니가 그렇게 말했더니 아들은 빈 말인 줄 알면서도 몹시 기분 좋아했고, 그해 입시 결과는 명문대 전자공학과에 수석 합격이었다고 한다.
의학에서도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이 있다.
가짜 약이라도 진짜라고 믿으면 몸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수험생을 둔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온 가족이 낙관적인 마음을 가지면 결과가 좋아질 확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단판승부에 강할 수 있게 도와주라
가정은 수험생이 심신의 피로를 풀고 심리적 안정을 얻게 되는 휴식처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되는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많은 가정에서 관심이 지나쳐 오히려 수험생을 부담스럽게 한다.
지나친 간섭은 수험생을 소심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소심한 학생은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거나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 하기 쉽다.
모의고사에서는 내내 성적이 좋다가 실제 수능을 망치는 학생의 실패 원인 중 상당 부분은 지나친 부담감과 소심함에서 비롯된다.
학부모가 믿고 모든 것을 학생에게 맡긴다는 자세를 보여줄 때 수험생은 더 강한 책임감을 가지게 되고 스스로 알아서 생활을 관리하게 된다.
천재를 만드는 비법은 칭찬과 격려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수험생에게 보다 사려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