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짱'주부 이영미의 요리세상-바다장어구이

아홉 살 아이의 손을 잡고 외출을 할 때 적지 않게 듣는 소리가 "아줌마 애 맞아요?"

그들의 말, 100% 이해한다.

나의 유난히 큰 얼굴에 비해 너무나 작은 아이의 얼굴. 딸이라는 내 말 뒤에 늘 따라오는 말, "아빠를 닮았나 봐요."

"며칠 아프고 났더니 피부가 너무 거칠어진 것 같아 마스크 팩이 좋다기에 그걸 해보고는 또 한 번의 진실을 확인했다니까요. 내 얼굴이 얼마나 큰지 팩이 뺨 중간까지밖에 안 오는 거예요. 더 문제는 얼굴이 아래위 양 사방으로 전부 크니 눈과 입 부분, 구멍 나 있는 부분이 안 맞아 옆으로 그것도 엄청 찢어야 하는 거 있죠? 다음에 할 때는 두 개를 한꺼번에 해야겠어요."

평소 나의 큰 얼굴을 구박(?)해대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나 때문에 늘 김새하는 선배는 너무나 진지하게 인정하는 내 말에 배를 잡고 넘어가며 마스크 팩이 나 같은 '얼큰이'들을 위해 크기별로 여러 가지 나와야겠단다.

글쎄, 그러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제일 작은 것으로 사지는 않을까?

먹는 식성에서조차 작은 얼굴만큼 남편을 쏙 빼닮은 아이. 주말여행을 갔다 오는 길에 '장어구이'가 먹고 싶다고 아예 누워버렸다.

하지만 같이 간 친구는 어른인 자기도 못 먹는 장어를 아이가 먹는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단다.

그렇다고 칠성시장까지 가서 장어를 사오는 것도 여의치 않고 외식을 하기도 그렇고. 이럴 때를 위한 히든카드는 냉동 장어.

펄펄 뛰는 민물장어 좋은 줄 다 알지만 내가 마음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웰빙' 아니겠는가? 웰빙이라는 말은 처음 영국에서 생겨난 것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경제적 여유'를 다소 포기하는 대신 '정신적 건강'을 되찾자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되는 것처럼 변질된 듯하다.

진정한 웰빙은 값비싼 먹을거리, 고급 헬스클럽으로가 아닌 세상과 물질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서 찾아야 하리라.

구운 마늘과 텃밭에서 따온 향내 짙은 깻잎에 쌈 싸서 먹는 장어구이. 4천원도 안 들고 차린 상이지만 주먹만한 얼굴의 가족들이 즐거이 맛있게 먹는 걸 바라보는 얼굴 큰 아줌마는 행복하기만 하다.

큰 내 얼굴만큼이나.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장어 250g, 깻잎, 깐 마늘 15개, 생강술(또는 청주 1큰술), 통깨 조금, 올리브유 조금, 양념장(고추장 3큰술, 고춧가루 3큰술, 진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1큰술, 파슬리가루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물 3큰술)

◇만들기=①냉동장어는 자연해동 후 엷은 소금물에 씻은 후 5cm 정도의 길이로 잘라 생강술에 재워 둔다.

②준비한 재료로 양념장을 만든다.

③장어에 양념을 고루 바른 후 30분 정도 둔다.

④마늘은 넓게 2, 3쪽으로 자른 뒤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구워 따로 준비해 둔다.

⑤마늘을 구워 낸 프라이팬에 장어를 넣고 익힌다.

⑥불을 끄고 2㎝정도의 채 썬 깻잎을 넣고 섞은 뒤 구워 둔 마늘과 쌈으로 먹을 깻잎과 함께 접시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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