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기초연구 육성과 과학기술 지방화

해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국가의 연구개발 사업을 종합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평가 및 사전조정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종합 조정 작업은 과거에는 기획예산처가 가졌던 예산 조정 기능을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실제적으로 직접 행사해보는 첫해였다는 점에서 올 초부터 과학기술 관련자들은 물론 정부 부처들도 이 조정 작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아왔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부총리급으로 승격된 과학기술부가 과학기술 관련 예산 조정을 실제적으로 관장할 것이기에 올해의 사전 조정 작업은 본격적인 국가연구개발사업 종합 조정을 위한 실제적인 예행연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서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종합조정을 위해 각 분야에서 선정된 수백 명의 평가 전문가들에게 2003년도까지 집행했던 우리나라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조사.분석 자료를 제공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종합 조정 작업은 바로 이 조사.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각 분야의 위원들 각자의 판단에 따라 여러 단계의 다양한 평가를 거쳐 진행되었던 것이다.

올해의 국가연구개발 조사.분석 자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우선 우리나라의 기초연구 지원이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상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투자 가운데 기초연구 비중은 IMF 이후 2001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17.8%까지 내려갔다가 이후 다시 회복하여 2003년에야 19.5%로 IMF 이전 수준을 간신히 넘어섰다.

즉 기초과학 연구 비중은 지난 4년 동안 실제로는 제자리걸음만 한 셈이다.

영국의 경우는 2000년에 기초연구 비중이 33.2%였으며, 미국은 기초연구 비중이 2002년에 24.4%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 기초과학 연구비중은 1980년대를 통해서 다소 감소했으며, 특히 구소련의 붕괴 이후 국방 연구의 퇴조로 기초과학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클린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인터넷 혁명과 하이테크 중심의 경제 개편을 통해 기초연구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면서 1990년에서 2000년에 이르는 동안 GDP 대비 기초연구의 투자 비율은 0.40%에서 0.48%로 20% 이상 증대했다.

우리나라도 IMF 이후 1만달러에서 답보 상태에 있는 상황을 하이테크 중심의 경제를 바탕으로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만 한다.

다음으로 올해의 국가연구개발 조사.분석 자료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수도권과 대전을 제외한 지방에 투자하는 연구비 비중이 여전히 빈약하다는 것이다.

우선 2003년도 지방 투자 연구비는 23.4%로 국가 전체 연구인력의 지방 분포 비중인 30.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연구인력 대비 1인당 연구비 배분에서도 지방이 여전히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이후 수도권의 연구비 비중은 2001년 51.1%에서 2003년 44.4%로 점차 감소하였다.

하지만 이 감소분의 절반 이상은 대전의 연구비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데 쓰였다.

즉 대전의 연구비 비중은 2001년 28.3%에서 2003년 32.2%로 3.9% 증가한 반면, 대전을 제외한 지방의 연구비 비중은 2001년 20.5%에서 2003년 23.4%로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감소하는 연구비 비중 가운데 더욱 많은 부분을 대전 이외의 다른 지방으로 이전시켜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가까운 장래에 우리의 먹을거리를 책임질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을 선정하는 등 국가혁신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테크 경제가 중심이 되는 2만달러 시대는 국가혁신체계의 기본 골격이 될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이외에도 정부와 민간 부문 모두에서 기초연구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고, 수도권 및 대전 이외 지역에서 지방혁신역량을 강화시키는 노력을 동시에 기울일 때만이 우리 앞에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임경순(포항공대 교수.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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