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할인점 편법 교통평가 주민안전 위협

미국계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매장으로 진입하는 주차장 출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4차로 중 2차로를 가로막아 구조물을 마구잡이로 설치하는 바람에 인근 주민과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또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 위해 운전자 시야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지점에 U턴 구간을 만드는 등 짜맞추기식으로 교통영향평가를 받아낸 것으로 밝혀져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포항 월마트측은 오는 16일 오픈을 앞두고 주차장 진출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건물 외벽을 따라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가감차선(완화차로)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가감차선을 기존 도로의 바깥쪽, 즉 건물쪽으로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 도로의 절반 가량을 막아 만들었다. 결국 대이동과 양학동을 잇는 편도 4차로 도로가 월마트 앞에서 갑자기 2차로로 줄어들었다. 월마트 주차장 입구를 지나면 이 도로는 다시 4차로로 바뀐다. 결국 대형 할인점 진출입로를 확보하기 위해서 시간당 1천300여대가 이용하는 도로의 절반을 막아버린 셈.

국내 대형 할인점의 경우 좁은 진입도로 등 주변 여건을 감안, 대부분 주차장 진출입구를 1층 건물의 내부로 통과토록 설계하지만 월마트는 기존 도로를 잠식해 진입로를 만들었다.

때문에 이곳 지리에 익숙치 않은 운전자들은 갑자기 나타나는 구조물(할인점 진입 표지석)을 피하기 위해 급정거하는가 하면, 최근 이로 인한 충돌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가감차선이 설치된 이후 오토바이를 탄 운전자가 2개 차로를 가로막고 설치된 구조물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으며, 인근 경성아파트 한 주민은 튀어나온 구조물과 충돌하는 바람에 얼굴 등에 큰 상처를 입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임모(44.포항시 양학동)씨는 "월마트 주차장을 설치하고 난 뒤부터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시민들을 위해 만든 도로를 특정 업체의 주차장 진출입로로 내주었다는 것은 포항시의 교통영향평가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월마트는 교통영향평가를 받기 위해 양학동방면 차량의 주이용통로를 당초 삼성아파트와 경성아파트 사이를 통과하는 편법으로 제출했다가 뒤늦게 지역 주민들의 항의로 월마트 옆에서 U턴을 하는 방식으로 바꿔 제출했다. 그러나 월마트가 제시한 U턴 지점은 산을 깎아만든 도로의 정점으로, 대이동과 양학동쪽에서 오는 차량들이 U턴하는 차량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자칫 대형사고의 위험마저 안고 있다.

주민 김락균(45)씨는 "이 지역은 양학동과 대이동을 잇는 유일한 통로로 교통량이 엄청나다"며 "굳이 대기업의 윤리를 앞세우지 않아도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다면 월마트측이 최소한 24시간 안전요원을 배치해서라도 사고 위험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포항.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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