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영화보기-맨 온 파이어

'맨 온 파이어'(24일 개봉)는 보디가드의 슬픈 복수극이다. 하드보일드의 강함과 소녀와의 우정을 감성적인 터치로 그린 작품이다.

토니 스콧 감독은 현란한 액션영화로 정평이 난 감독이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크림슨 타이드' 등 힘 넘치는 남성적 스토리를 빠른 편집으로 긴박감 넘치게 만들어왔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나쁜 녀석들'의 마이클 베이와 어깨를 겨루지만, 스토리의 강함은 훨씬 앞서는 편이다.

'맨 온 파이어'는 배경을 압축한 현란한 오프닝으로 시작한다. '남미에서는 한 시간에 한 건 꼴로 유괴가 발생한다. 그 중 70%는 돌아오지 못 한다'. 전직 CIA 암살요원 존 크리시(덴젤 워싱턴)가 멕시코시티에 온다. 그는 과거의 아픔으로 인해 알코올에 의지에 살아가고 있다.

오랜 동지인 레이번(크리스토퍼 월켄)의 권유로 멕시코 사업가의 아홉 살 소녀 피타(다코다 패닝)의 보디가드를 맡는다.

깜직한 소녀는 '외로운 건맨'의 마음을 녹이기 시작한다. 크리시는 오래전에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고, 피타의 친구이자 듬직한 아빠가 되어준다. 그러나 피타는 납치되고, 살아남은 크리시는 삶의 의미를 되찾아 준 소녀를 위해 복수에 나선다. 납치 조직원들을 하나씩 찾아가 잔혹한 복수를 벌이던 그는 뜻밖의 사실을 듣게 된다.

삶의 의미를 잃은 야수가 소녀로 인해 인간의 향기를 느끼지만, 결국 다시 야수로 돌아가 처절한 복수를 벌인다는 것이 줄거리다. 그러나 결말의 야수는 처음 시작할 때와 달리 우수가 넘친다.

토니 스콧 감독은 강함과 따스함의 화음을 복수극의 변주에 맞춰 화려한 연주솜씨를 보여준다. 흔들리는 핸드 헬드의 거침과 빠른 편집을 통해 힘을 쏟아붓고, 피타와의 우정은 민들레처럼 화사하게 그렸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음울한 음악과 함께 비장미가 넘친다.

'맨 온 파이어'는 깎은 듯한 흑미남 덴젤 워싱턴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영화다. 슬프고 우울하던 그가 피타를 통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이 앰 샘'의 다코다 패닝의 깜찍한 연기도 덴젤 워싱턴과 조화를 이룬다.

살찌고 늙어버린 미키 루크의 모습도 엿볼 수 있고, 지난 6월 제니퍼 로페즈와 결혼한 마크 앤서니가 패닝의 아빠로 나온다. 147분. 15세 관람가.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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