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9층 소아암 병실에 입원 중인 이수진(4)양은 '랑거한스세포 조직구증식증'이란 '이름조차 희귀한' 질환을 앓고 있다. 혈액 종양의 일종인 이 병은 백혈구의 하나인 조직구가 비정상적으로 번식, 뼈.피부.간 등 몸 곳곳에서 심한 통증을 유발,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
수진이는 약물투여를 위해 고사리 같은 손에 튜브를 꽂은 채 방사선 치료와 약물치료, 수혈 등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병마와 싸우고 있다. 그러나 수진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좁고 갑갑한 병실 침대 위 작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지내야 하는 것. 각종 검사와 치료 때문에 하루 종일 누워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 정경숙(34.중구 삼덕동)씨는 "몸 상태가 좀 괜찮은 날에는 병실 밖으로 나가자고 보채는 수진이를 말리기가 쉽지 않다"며 "면역기능이 약해 마스크를 씌우고 병원 안을 휠체어로 한 바퀴 도는 것이 외출의 전부"라며 울먹였다.
수진이가 이처럼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게 된 것은 지난 4월. 어머니 정씨는 "유치원에 다니던 수진이가 다리가 아프다며 자꾸 누워만 있어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소아암'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며 눈물어린 눈으로 애처로운 수진이를 보듬었다.
암과 투병을 시작한 지 6개월째인 수진이는 현재 항암치료의 후유증으로 식도, 위장 등 장기가 헐어버려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6차에 걸친 항암치료 중 현재는 4차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또 다시 6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병 자체가 재발이 잘 되고 항생제 치료가 어려운 상황인 데다 벌써 뼈와 골수, 혈액, 뇌까지 전이된 상태. 그래도 다행인 것은 치료확률이 높다는 것. 담당 의료진들은 "수진이의 경우는 치료만 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가난은 암보다 더 모질게 수진이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식당일 등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온 정씨로서는 1천만원에 달하는 각종 약값과 검사비용은 고사하고 입원비 조차 대는 것도 빠듯한 형편인 것. 현재는 병간호 때문에 일 나가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수진이를 치료하기 위해 든 병원비만 1천800만원 정도. 정씨는 이리저리 빚을 내 겨우 지금까지의 수술비를 마련했지만 앞으로 들어갈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 마련에 눈앞이 캄캄할 뿐이다. 남편은 수진이가 태어난 지 100일째 되던 날 사업 실패로 가출을 한 후 지금까지 소식조차 끊겨 버려 비빌 언덕조차 없는 상태다.
"어린 것이 아프다며 칭얼대고 힘들어 할 때면 절로 눈물이 나옵니다. 치료만 하면 나을 수 있다는데도 가난으로 딸아이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 볼 수밖에 없어 가슴이 찢어집니다." 사랑하는 딸이 건강을 되찾아 밖에서 다른 애들처럼 즐겁게 뛰노는 모습을 보는 것이 유일한 소망인 정씨의 가슴은 오늘도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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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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