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의원 추석 귀성 고민

선거법 걸려 밥도 못사 심적 부담

추석명절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고민에 빠졌다.

금품과 향응 제공을 사실상 금지한 새 선거법 때문에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추석 명절을 맞아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간단한 선물이나 인사장마저도 보낼 수 없게 되자 물질적 부담은 덜게 됐지만 심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특히 평소 서울에서 생활하다 명절을 쇠러 지역구에 오는 국회의원들은 '빈 손'으로 내려와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조그마한 선물조차 내놓지 못해 겸연쩍기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 됐다. 그래선지 그들은 "우리가 법을 만들었지만 너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할 정도다.

심지어 '빈 손' 방문이 부끄러워 지역구 방문을 꺼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간단하게 밥을 먹어도 국회의원이 밥값도 내지 못하면 어떻게 연락을 해서 밥먹자고 할 수 있느냐"고 하소연한다.

물론 정치자금법의 개정으로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자유롭게 후원금을 걷을 수도 없어 의원들의 주머니 사정이 예전같지 않다. 때문에 "어떤 때는 600만원짜리 봉급생활자가 된 듯한 착각도 든다"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하소연이다. 과거 화려했던 의정활동을 경험한 다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 옛날이여'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감시하는 눈은 더욱 빛난다. 기준도 더 엄격하다. 이러다보니 의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발송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추석 연휴를 전후하여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의원과 10.30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지역의 입후보예정자 등이 추석인사 등의 명목으로 선거구민에게 금품.음식물 등을 제공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10월 6일까지 선거법위반행위 단속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특히 "정치인이 선거 시기와 상관없이 언제나 기부행위를 할 수 없게 된 점을 잘 모르고, 개정되기 전 선거법에 따라 이웃이나 노인회관 등을 방문하여 음식물, 찬조금 등을 제공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새 선거법의 숙지를 당부했다. 또한 "일반유권자들도 선거 때에만 50배의 과태료를 무는 것으로 잘못 알고 선물 등을 받을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밝혔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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