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음악과 요리

대중 음악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사라면, 고전 음악 연주회는 품격있는 정식 만찬에 비유할 수 있다. 연주회 첫머리에 나오는 서곡은 전채 요리, 협주곡은 특선 요리에 해당하고 후반부에 연주되는 교향곡은 만찬의 주요리에 해당하며 앙코르곡은 식사 후에 제공되는 디저트라고 할 수 있다.

요리 맛이 주방장에 달려 있듯이 같은 교향악단의 연주도 지휘자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 일반적으로 러시아의 지휘자는 관악을 많이 사용하여 강렬하고 자극적인 느낌을 준다. 프랑스 지휘자는 음색을 중요시하여 화려하면서 다채로운 풍경을 그린다.

이태리 지휘자는 선율을 멋지게 살리는 데 특기가 있으며 독일·오스트리아 계열 마에스트로는 최대한 관악을 억제하고 현악을 중시하여 중후한 음색을 만들어 낸다. 한국의 지휘자들은 이탈리아와 러시아의 혼합된 형태로 선율과 힘을 잘 표현하나 내성적인 음악을 만들어 내는 데는 다소 미흡하다는 느낌을 준다.

고전 음악회의 입장시에 가급적 단정한 복장을 요구한다는 점은 마치 일류 레스토랑에서 정장을 입어야 하는 규칙과 비슷하다. 아름다운 숙녀, 멋있는 신사에게 요리사가 정성을 다하여 일품요리를 제공하듯 공연시 예절을 지키는 청중들에게 연주자들이 최선의 음악을 들려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다른 무대 예술과 마찬가지로 일회성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주방장이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도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마찬가지로 텅빈 객석 앞에서는 일류 교향악단이라도 명연주가 불가능하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지역의 연주 단체들이 시민들에게 음악회 초대장을 보내고 있다.

바쁜 일상 생활 가운데서 여유를 만들어 음악회에 참가하여 즐기고 '음악 요리'를 만든 주방장과 요리사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기회를 가지자. 김일봉(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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