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숲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 '술술술~'

김영곤 숲생태해설가

"풀과 나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나무는 키가 크고, 풀은 키가 작다'라고 말하고 싶죠? 땡~. 틀렸습니다. 키가 5㎝밖에 되지 않는 '돌매화'라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옥수수는 키가 2m 넘게 자라지만 풀이에요. 나무와 풀은 키가 아닌 부피성장으로 구분해요."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 대구수목원. 숲생태해설가 김영곤(金永坤.60)씨가 손자뻘 되는 개구쟁이 초교생들에 둘러싸여 나무와 풀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자 아이들은 연신 신기한 표정이다.

김씨가 이순(耳順)의 나이에 이 일을 하기로 작정한 것은 20여년간 들꽃을 기른 노하우 때문. 김씨는 "들꽃 채취를 위해 비슬산, 지리산 등 남한 일대에 안 가본 산이 없을 정도"라며 "자연보존을 위해 필요한 들꽃 2, 3촉만 가져와 길렀다"고 말했다.

한번은 가야산 정상에서 야삽으로 설앵초를 캐려다 살모사를 만나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김씨가 알고 있는 들꽃 이름만도 500여종. 때죽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등 100여종의 나무도 척 보면 단박에 알아볼 정도의 나무박사(?)가 된 것이다.

김씨는 올 6월 대구시니어클럽에서 주선한 숲생태해설가 교육을 수료한 후 대구수목원, 달성공원 등에 견학 오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자연을 직접 체험하게 해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자연생태 보존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나무와 풀에 얽힌 여러 가지 전설이나 설화를 이야기해주면 아이들이 흥미롭게 듣는다고 김씨는 말한다.

"옛날에 모진 시어머니와 병든 시아버지를 모신 며느리가 있었어요. 어느 날 병든 시아버지에게 밥을 먹이다 어둔해 떨어뜨린 밥알을 주워먹자 마침 방문을 열고 들어온 시어머니가 시아버지 밥을 뺏어 먹는다고 구박했어요. 효심이 가득한 며느리는 뒷산에 가 죽었는데 거기서 핀 꽃이 며느리밥풀꽃이래요."라며 꽃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또한 예전엔 흔했던 나무 나이테를 가지고 나무의 나이, 남북방향, 당시 기후나 역사를 알 수 있다고 설명해주면 아이들이 신기해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자연을 안다는 것은 결코 나무와 들꽃의 이름을 많이 아는 것은 아니고, 청소년들이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작은 생명일지라도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숲생태해설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강조했다.

전수영기자 poi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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